적수 없고 소비자가 알아서 찾는 이색 모델들
《매년 수십 종의 모델이 나와서 사투를 벌이는 자동차 시장에도 ‘적수 없는 차’들이 있다.특정 소비자들에게 특정 용도로는 도저히 그 모델 외에 대안이 없어 꾸준히 팔리는 차종들이다. 눈길을 잡아끄는 베스트셀러는 아니더라도 불황 걱정 없이 당당하다는 게 특징이다.
처음부터 소수 마니아층이나 틈새시장을 노리고 개발된 모델도 있고, 다른 회사들이 경쟁 모델을 내지 않다 보니 적수가 사라져 ‘유아독존’이 돼 버린 사례도 있으며, 만든 쪽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용도를 특정 소비층이 찾아낸 경우도 있다.》
쌍용자동차의 ‘액티언스포츠’는 올해 1∼5월 쌍용차의 전체 내수 판매량 1만1949대 중 무려 46%를 차지했다. 5인승 승용공간과 다목적용 대용량 데크가 결합된 국내 유일의 스포츠유틸리티트럭(SUT)이다 보니 이런 차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다른 대안이 없는 것. 승용, 레저용, 업무용으로 용도가 다양하고 화물차량으로 분류돼 경제적인 혜택도 많다. 도시에서도 잘 팔리지만 특히 농촌에서의 인기는 절대적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화물차로 분류되다 보니 연간 자동차세금이 2만8500원에 불과하고, 혼잡통행료가 면제되는 등 혜택이 많다. 고급 SUV에 주로 쓰이는 더블 위시본, 5링크 코일스프링 서스펜션 등을 적용해 승차감도 승용 세단 수준이라는 게 회사 측 주장이다. 동호회를 중심으로 드레스업 튜닝도 활발하다.
■ 마니아가 많아서, 독특해서 ‘지존’
일반인에게는 낯설지만 메르세데스벤츠의 다목적 특수차량 ‘유니목’은 관공서에서 대안이 없는 차로 알려져 있다. 험난한 지형에서 안정적인 운행이 가능하며 용도 변경이 가능한 이 차량은 국내에서 여름에는 터널 청소, 가로수 정비, 가드레일 청소, 고압살수 등의 일반 도로 정비작업에 활용되며 겨울에는 제설 작업에 쓰인다. 산사태가 나거나 극심한 폭설이 내린 지역, 산불·홍수가 난 재난 지역에서도 유용하게 쓰인다.
마니아 차량들도 빼놓을 수 없다. 지프 ‘랭글러 루비콘’은 100% 오프로드 주행이 가능한 독보적인 차량으로 열혈 마니아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닛산의 ‘370Z’는 BMW ‘Z4’ 등 경쟁 모델들에 비해 2000만∼3000만 원 정도 가격이 낮아 5000만 원대의 ‘현실적인 드림 카’로 존재감이 확고하다. 370Z의 가격은 5680만 원이다.
만든 이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특수 시장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차도 있다. 링컨 ‘타운카’는 몇 년 전부터 국내 상조업체들이 장의차량용으로 구입하고 있다. 물론 일반 차량을 그대로 운구차로 쓰는 게 아니라 개조 작업을 거친다. 국내 상조업계에 처음으로 장례용 리무진을 도입한 보람상조 관계자는 “고급스러운 느낌 때문에 고객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수입사인 포드코리아 측은 이에 대해 “링컨 타운카는 미국을 대표하는 럭셔리 브랜드인 링컨 차량 중에서도 아카데미 시상식의 레드카펫 행사에 의전용으로 이용되는 고급 모델인데 한국 소비자들이 장의차라고 여길까봐 우려된다”라며 떨떠름한 모습이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