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 장악…슬로바키아에 2-0 승리
베라·리베로스 연속골…1무 뒤 첫승
남미 강호 파라과이가 16강 진출의 8부 능선을 넘었다. 사상 첫 8강 이상의 성적을 거두겠다던 헤라르도 마르티노 감독의 자신감은 그냥 나온 게 아니었다. 반면 선수인 아들과 함께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슬로바키아 블라디미르 베이스 감독은 일찌감치 짐을 쌀 위기에 처했다.
파라과이는 20일(한국시간) 남아공 블룸폰테인 프리스테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슬로바키아와 조별리그 F조 2차전에서 2-0으로 승리, 1승1무 승점 4를 마크하며 2라운드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남미팀 중 가장 탄탄한 수비진을 자랑하며 힘의 축구를 구사하는 파라과이는 중원을 장악하면서 슬로바키아를 초반부터 압박했고 이는 공격 우세로도 이어졌다.
전반 3분 로케 산타 크루스, 19분 크리스티안 리베로스의 슛이 살짝 골문을 벗어나는 등 줄곧 상대를 위협하다 엔리케 베라의 발끝에서 기다리던 결승골이 터졌다. 베라는 27분, 루카스 바리오스의 땅볼 패스를 받아 상대 수비진의 마크를 피해 감각적인 오른발 슛으로 연결, 골망을 흔들었다.
양 팀 모두 첫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던 터. 공교롭게도 두 팀 모두 선제골을 넣고 동점골을 내주며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하지만 전 대회 우승팀 이탈리아를 상대로 무승부를 챙긴 파라과이는 기세가 오른 상태였지만, 추가시간에 뉴질랜드에 동점골을 내준 슬로바키아는 뭔가 쫓기는 인상이었다. 이 분위기는 그대로 승부로 이어졌다.
1993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분리·독립한 뒤 월드컵 본선에 첫 출전, 반란을 꿈 꿨던 슬로바키아는 파라과이에 발목이 잡히면서 1무1패가 돼 2라운드 진출이 힘겨워졌다.
블라디미르 베이스, 이름까지 같은 부자(父子)가 감독과 선수로 나란히 월드컵에 참가, 화제를 낳기도 했지만 슬로바키아의 3차전 상대는 F조 최강 이탈리아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