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원 쌍샘자연교회 ‘사랑방인문학당’ 백영기 목사“시골주민에게 자긍심을”한달에 책 한권 정해 읽고저자-전문가 초청 토론
어둠 깔린 시골길,
대여섯 살 된 아이 손을 붙잡은
어머니와 농사일을 마무리한
어르신들이 하나둘 내려온다.
친구를 데리고 온 대학생도 있다.
이들은 불이 환하게 켜진
교회 인근 건물로 들어가
옹기종기 둘러앉는다.
매달 셋째 주 월요일 오후 8시.
충북 청원군 낭성면 쌍샘자연교회
사랑방인문학당의 풍경이다.
“책 속에 인생의 선배도 있고
길이 있잖아요.
한 달에 한 번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세상사는 다양한 얘기를
해 보고 싶었습니다.”
16일 오후 충북 청원군 낭성면 쌍샘자연교회 백영기 목사가 사랑방인문학당이 열리는 교회 카페에 앉아 책을 폈다. 그는 “밥만 먹고 살 수 없듯 공동체가 바람직한 문화를 누리도록 교회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원=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백 목사는 2006년 사랑방학교를 만들었다. 마을 주민들을 위해 한 달에 한 번 각 분야의 활동가들을 초청해 이야기를 들려준다.
“살다 보면 나만 힘든 것 같고 무료해질 때가 있습니다. 시골에서 살다 보면 더 그렇죠. 그럴 때 여러 분야의 사람을 만나면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고 위로를 받게 됩니다. 자긍심도 생기게 되죠.”
주민 80여 명 가운데 매회 모이는 사람은 20여 명. 4월 ‘돌파리 잔소리’의 저자 임락경 목사의 건강 강의 때엔 마을 어르신들이, 3월 ‘4050 학급살림 이야기’의 저자 이상대 씨의 강의 때엔 학부모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교회 신자 조향미 씨는 “시 한 편이 밥보다 100배는 중요하다는 이상대 선생님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며 “아이를 키우는 처지에서 강의를 듣고 좀 더 아이를 배려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전했다.
어린이 인문학당도 만들었다. 낭성초등학교 어린이들의 방과후학교인 교회 내 민들레학교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책을 읽고 서로 독후감을 나눈다. 지금은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쓴 ‘이야기 장자’(박혜숙)를 읽고 있다. 아이들을 지도하는 민소영 씨는 “독서 습관을 들이고 선악 개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백 목사는 사목활동에서 ‘함께 나누는 공동체 생활’을 앞세우고 있다. 그는 “수준 높은 고전을 읽거나 심오한 토론을 하는 모임은 아니지만 자연 교육 사회 등 우리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공동체 의식을 키워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자연과 지역 공동체는 그 자체로 하나의 교회이고, 인문학당 모임은 교회 활동의 핵심이라는 생각에서다.
“이곳은 하나님이 만들었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입니다. 우리가 속한 공동체가 건강한 문화를 지니도록 돕는 것이 교회의 신앙고백이자 역할 아닐까요.”
“자연과 지역 공동체는 그 자체로 하나의 교회이고, 인문학당 모임은 교회 활동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