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의 직업이 무엇입니까?"
"…"
"정찰총국 공작원이 맞습니까?"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를 살해하라는 지령을 받고 위장 탈북한 혐의(국가보안법위반 등)로 구속 기소된 북한 공작원 김명호, 동명관 씨에 대한 첫 공판이 16일 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조한창) 심리로 진행된 이날 공판에서 김 씨와 동 씨는 황 전 비서를 살해하려 남파됐다는 검찰의 주요 공소 사실을 순순히 인정했다.
베이지색 수의를 입은 차림으로 처음 공개된 자리에 모습을 나타낸 두 사람은 약 175㎝의 키에 마른 체구였다. 두 사람은 공판이 시작되기 전 빈 자리 없이 가득 찬 방청석을 보고 다소 당황하고 긴장된 표정이었다. 공판 과정에서도 잔뜩 긴장한 탓인지 시종일관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김 씨는 거주지를 묻자 신분 노출을 우려한 듯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고, 동 씨는 직업을 묻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있다가 재판부가 "정찰총국 공작원으로 기재된 것이 맞느냐"고 재차 질문한 뒤에야 수긍하는 등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법정 밖에는 100여명의 경찰이 배치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고, 무술 교도관을 포함한 교도관 7명이 이중으로 수갑을 채워 김 씨 등을 밀착 호송했다. 법정 좌석 뒷줄에는 국가정보원 수사관 2, 3명과 사복경찰관 4, 5명, 교도관 등이 앉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에게 "불편하지 않으냐"고 물은 뒤 수갑 하나는 풀어주도록 했다.
이날 오전 11시에 시작된 공판은 두 사람이 공소사실을 모두 시인함에 따라 30분 만에 끝났다. 재판부는 이달 23일 한 차례 더 공판을 열고 증거조사와 피고인 직접신문 등 남은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