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황선홍 유상철
‘2002 월드컵 히어로’ 황선홍, 유상철, 김태영이 당시 비하인드 스토리와 파란만장한 축구 인생사를 공개했다.
황선홍, 유상철, 김태영은 14일 방송하는 MBC '놀러와-월드컵 히어로 특집'편을 통해 최초로 토크쇼에 동반 출연해 입을 열었다.
특히 황선홍의 세리머니에 서운했던 히딩크 이야기, 황선홍-유상철이 축구를 포기할 뻔 한 인생 일대의 위기, 김태영이 사전 녹화에서 이정수의 세트피스 골을 정확히 예언해 놀라움을 안겨 주었다.
황선홍과 유상철은 각각 가난과 누나의 죽음으로 축구 인생의 위기를 맞았다고 고백했다.
황선홍(현 부산 아이파크팀 감독)은 “축구 선수였던 중학교 시절, 아버지께서 ‘넌 체격이 왜소하니 축구를 그만두고 당분간 학교를 쉬라’고 권유해 돌연 휴학했다. 알고 보니 집안 형편이 안 좋아 내가 축구를 그만 두길 바라셨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난 휴학기간 내내 혼자서 축구를 했고, 이를 본 아버지가 담임 선생님을 찾아가 사정한 끝에 다시 축구를 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부정과 선생님의 이해가 지금의 황선홍을 만들었다는 것.
두 번째 위기도 있었다. 황선홍은 “잦은 부상과 쏟아지는 비난으로 축구를 그만 두려고 했다”며 2002년 폴란드전 첫 골을 터트리기까지 12년이나 걸렸던 ‘한 많은’ 월드컵 인생에 대해 토로했다.
함께 출연한 유상철도 “축구 선수로 중요한 시기에 갑작스런 사고로 누나를 잃고 축구를 그만두려했다”고 고백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하지만 “우연히 누나의 일기장을 발견하고, 그 안에 담긴 나에 대한 애정 어린 마음을 읽는 순간 힘을 얻어 다시 축구를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황선홍과 김태영은 히딩크와 관련한 뒷이야기도 전했다.
월드컵에 출전한지 12년 만에 감격적인 ‘한풀이’ 첫 골을 넣은 황선홍은 “경기 전날 박항서 코치가 ‘골을 넣으면 나에게 오라’고 얘기한 것이 생각나 박 코치에게 달려갔는데 히딩크 감독이 내 뒷통수를 때렸다”며 “히딩크 감독이 섭섭해 할 줄은 몰랐는데 2006년에 우연히 만났을 때 ‘그때 섭섭했다’ 고 말하더라”고 말해 스튜디오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2002년 당시 이탈리아전에서 비에리의 팔꿈치 공격에 코뼈 부상을 입고 마스크 투혼을 보여준 김태영은 “코가 부어오르고 계속 피가 나는데도, 팀 닥터가 ‘괜찮다. 그냥 뛰어라’ 고 했다. 아팠지만 경기 끝나고 세리머니 할 때까지도 그저 타박상인 줄 알았다”면서 “하지만 경기가 끝나고서야 ‘코뼈 골절’이었음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그는 “팀 닥터와 히딩크가 내가 경기에 빠지면 안되니까 몰래 말을 맞추고 나에게 코뼈가 부러진 사실을 알리지 않았던 것”이라며 히딩크의 계략(?)에 속았던 웃지 못할 비화를 공개했다.
이날 김태영은 그리스 전이 열리기 하루 전날인 11일 사전 녹화에서 이정수의 첫 골을 미리 예언해 뒤늦게 놀라움을 주었다.
김태영은 녹화장에서 “세트피스 상황에서 이정수의 슛을 주목하라”고 미리 점찍었던 것. 결국 김태영의 예언은 12일 열린 그리스 전 전반 7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감격의 첫 골을 넣은 이정수의 상황을 정확하게 맞춘 놀라운 결과로 이어졌다.
이유나 동아닷컴 기자 ly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