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로드중
2008년 9월10일 중국 상하이에서 대표팀이 북한과 경기를 가진 날이다. 불과 5일 전 요르단과의 경기로 A매치에 데뷔한 19살 청년은 후반 그림 같은 오른발 발리 슛으로 동점골을 뽑았다. 이렇게 그 청년은 허정무 감독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허정무호의 ‘젊은 피’ 기성용(21·셀틱) 얘기다.
순천중앙초 3학년 때 축구를 정식으로 시작한 기성용은 2002년 중학교에 올라가자마자 호주 명문 사립학교 존폴 컬리지로 유학길에 올랐다.
광고 로드중
이어 2009년 12월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 셀틱으로 이적해 꿈에 그리던 유럽 무대에까지 발 도장을 찍었다. 축구감독 출신인 광양제철고 체육교사 아버지 기영옥 씨에게는 이 모든 순간이 아직도 머리 속에 생생하다.
○초등학교 3학년, 18m 프리킥을 쏘다
아버지 앞서 보란듯이 프리킥 골인
이후 축구부 가입…본격 선수생활
‘차범근 축구상’ 등 전국무대 두각
중학 교 꿈나무 호주로 조기유학도
광고 로드중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어요. 성용이가 18m 거리의 프리킥을 넣은 겁니다. 그것도 정확하게 볼을 감아서 찼어요. 축구부에 넣은 동기가 됐죠.”
기성용은 이 ‘사건’ 이후 축구를 하기 위해 순천중앙초로 전학했고, 아버지의 결단은 열매를 맺었다. 4학년 때부터 경기를 조금씩 뛰더니 5학년 때 주전 선수로 소년체전 은메달을 땄다. 6학년 때는 초·중·고 통틀어 MVP가 됐고, 차범근 축구대상도 받았다.
기성용 어린시절. 스포츠동아DB
○호주로 가다
2002년 중학교로 올라가면서 기성용은 첫 번째 선택을 했다. 당시 많이 가던 브라질 축구유학 대신 호주를 택한 것. 아버지의 주장이 강하게 작용했다. “제가 데리고 있던 애들 중 브라질에 다녀온 경우를 보니 큰 소득이 없었어요. 그래서 영국을 보낼까 하던 중 평소 친한 김판근(전 국가대표)이 호주 사립학교 존폴 컬리지에 축구학교를 만든다 해서 1기로 보냈죠.”
광고 로드중
“성용이가 축구를 하다 실패했을 때 어떻게 인생을 이겨나가야 할지 고민했어요. 그러다 떠오른 게 영어만 확실히 터득하고 돌아오면 축구에 관련된 모든 것을 할 수 있으리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행정이든 심판, 에이전트, 지도자든 여러 가지를 할 수 있죠.”
○공부가 먼저, 운동은 그 다음
기성용은 한국에서 운동한 선수들과는 약간 다른 길을 걸었다. 성적 지상주의에 목멘 한국의 학교 팀들이 운동에만 집중하는 것과는 달리 존폴 컬리지는 운동선수들에게도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공부를 시키고, 주말 등 시간을 이용해 운동을 하게 한 것.
이 덕에 기성용은 영어 공부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성용이가 하루는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 축구를 배우는 건지, 영어를 하는 건지 헷갈린다고 했지만 다 그런 깊은 뜻이 있었죠. 다행히 성용이가 잘 따라갔어요. 홈 스테이 할 때 한국 학생이 40∼50명 됐는데 가장 잘했으니까요.”
호주 유학은 공부 뿐 아니라 축구를 하는 데도 더 없이 좋은 조건으로 작용했다. 공을 차는 잔디가 좋고, 먹는 것도 좋아 서구 선수들과 똑같은 환경에서 자란 것으로 기영옥 씨는 본다.
“잔디구장에서 축구를 하니까 신체적으로 무리가 안 되고 좋더라고요. 제가 여러 차례 가서 봤는데 환경이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성용이가 큰 키에 비해 감각이 좋은 게 다 잔디구장에서 공을 찼기 때문인 것 같아요.”
대학 대신 프로행…서울서 탄탄대로
19세때 북한전 환상 발리슛 동점골
허정무 감독 사로잡고 붙박이 주전
술· 담배 NO!…철저한 프로정신도
○대학교 대신 프로를 택하다
유학 생활을 마치고 고등학교 2학년 말 광주 금호고로 돌아온 기성용은 주저 없이 프로를 택했다. 운동선수로 성공하려면 대학보다는 프로에 가서 적극적인 대시로 한번 승부를 보는 게 중요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선택은 부모님의 의사가 중요했지만 이번만은 기성용이 먼저 결단을 내렸다. “그동안 공부를 했으니까 대학은 나중에 가도 가능하다고 성용이가 판단했어요. 결과적으로 선택을 잘 했다고 봐요. 프로에서 잘하고 있으니까요. 셀틱에서는 (활약이 크지 않지만) 아직 5개월 밖에 안 돼 낙담하지 않습니다.”
○술, 담배는 No! 홍삼은 OK!
기성용은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다.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고등학교 축구부 감독으로 20년 이상 활약한 아버지는 ‘절제하지 못하면 프로 자격이 없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프로 선수로 잘 활동하기 위해서는 남들과는 다른 절제심이 있어야 한다는 것. 뿐만 아니라 어머니와 함께 믿는 종교(기독교)도 절제하는 생활의 기준이 됐다.
대신 홍삼은 잘 챙겨 먹는다. 별다른 보양식을 먹지 않는 기성용은 홍삼으로 기운을 보강하고 컨디션을 유지한다.기성용 프로필생년월일=1989년 1월24일
출생지=광주광역시
출신교=순천중앙초∼존폴 컬리지(호주)∼금호고
신체조건=188cm,75kg
포지션=MF
소속=셀틱(스코틀랜드)
A매치 데뷔=2008년 9월5일 요르단 친선경기
A매치 출전 및 득점=19회 4골
월드컵 출전 경험=없음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