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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투데이]美경제 ‘걱정거리 4종세트’에 잠 못이루는 당신께

입력 | 2010-06-04 03:00:00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760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운영하는 오크트리캐피털의 하워드 막스 회장은 5월 한 인터뷰에서 요즘 걱정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걱정하고 있는 것은 최근 불거진 유럽 재정위기나 한반도의 긴장이 아니다. 근본적인 거시경제 방향에 대한 것들이다.

그의 걱정거리 4종 세트를 소개하면 이렇다. 첫째,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기회복은 대부분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 덕분으로 만약 재정정책이 종료되면 어떻게 될 것이냐는 걱정이다. 둘째는 사상 초유의 저금리 때문에 경기가 살아나고 있지만 출구전략으로 금리가 인상되면 어떻게 될 것이냐는 걱정. 셋째는 미국에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담보대출채권으로 잡고 있는 은행들이 부실화되면 어떻게 될 것이냐는 걱정. 마지막으로 네 번째 걱정은 지난 20년간 미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었던 가계 소비가 줄어들면 앞으로 미국 경제의 성장 추진력은 어디서 찾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지난해 이후 벌써 많이 상승한 주식을 팔고 다시 안전한 채권으로 갈아타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이제는 추가 상승을 이끌 만한 에너지를 찾기 힘들다는 뜻이다.

그의 시각은 미국 경제와 자산시장에 국한된 것이기 때문에 국내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힘들지만 한 번쯤 되새겨 볼 가치는 있다. 이 중 상당 부분은 국내에도 조만간 닥쳐올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 염두에 둘 항목은 시장은 이미 그의 이런 네 가지 걱정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이다. 증시는 지난해 9월 중순 이후 1,700 내외에서 9개월가량 머물러 있다. 여기에 5월에는 남유럽 재정위기 소식과 천안함 사태까지 더해져 글로벌 증시가 10% 이상씩 급락했다.

사실 하늘이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제외한다면 적당한 걱정은 긴장감을 위해서도 필요한 면이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걱정을 너무 하지 않아 발생한 것임이 틀림없다. 또 걱정을 하는 사람이 있어야 정책 당국도 걱정을 염두에 두며 정책을 시행한다.

하지만 걱정에도 때가 가장 중요하다. 지난해 너무 걱정해 투자를 망설인 이들은 큰 기회를 놓쳤다. 반면 금년에 너무 걱정을 하지 않은 사람은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제 상반기도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하반기 시장을 준비할 때다. 상반기에 너무 걱정을 하지 않아 손해 본 사람들은 이제 와서 뒤늦게 지나치게 걱정한다. 벌써 그런 조짐이 보인다. 그런데 시장의 흐름과 반대로 가서 낭패를 본 투자가는 별로 없다. 주변 사람 대부분이 걱정을 하고 있다면 당신은 걱정을 ‘적게’ 해도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지금이 그런 때인 듯하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