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바람 속 충청과 강원이 만나는 곳
배재를 출발해 십자봉으로 향하는 중간지점에 있는 헬기장 구간을 등산객들이 지나고 있다. 사진 제공 청주 흥덕고 박종익 교사
십자봉(일명 촉새봉)은 충북 제천시 백운면과 강원 원주시 귀래면의 도계(道界)에 걸쳐 있는 산이다. 오대산에서 출발한 차령의 줄기는 강원 구간 대부분에서는 해발 1000m가 넘는 고봉들로 연결된다. 하지만 충북 쪽으로 넘어오면서 조금씩 낮아지는데 그 시작이 십자봉이라고 할 수 있다. 십자봉 산행은 충북보다는 강원 쪽에서 시작하는 코스가 잘 알려져 있다. 보통 귀래면 큰양안치 고개와 곰네미에서 출발하는 두 코스를 이용한다. 산행안내 표지판과 등산로도 비교적 잘 되어 있다.
지난달 24일 충북 제천시 백운면 화당리 배재를 들머리로 삼아 십자봉을 찾았다. 산행에는 2006년부터 충북도계 지역의 정확한 지형, 생태와 식생, 역사, 문화, 생활권 등을 탐사중인 ‘충북도계 탐사대’가 함께했다. 출발지인 ‘배재’는 ‘절(拜)고개’. 단종과 얽힌 지명이다. 1457년 숙부(수양대군)에 의해 노산군으로 격하된 단종이 영월로 유배를 가던 중에 만난 힘든 고갯길(해발 480m)이 바로 이곳이다. 단종을 배웅하던 마을주민들이 모두 모여 큰절을 해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는 게 산행에 동행한 이상기 예성문화연구회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배재 북쪽 비교적 완만한 경사면을 20여 분 오르면 ‘뒷산’(745m)이 나온다. 여기서부터 십자봉까지는 능선을 타는 산행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몇 차례 되풀이 되지만 숨이 찰 정도는 아니다. 제비꽃, 별꽃, 복수초, 바람꽃, 현호색 등 형형색색의 야생화가 산행 내내 눈을 즐겁게 한다.
십자봉 정상에 오르면 두 개의 정상 표지석을 만날 수 있다. 원주시와 제천시가 세운 것인데 높이도 각각 다르게 표시됐다. 박연수 충북도계탐사대장(46)은 “외국 산을 다녀보면 이처럼 대리석에 글자를 새겨 정상을 표시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작은 팻말에 표시해도 되는데 우리나라 산에는 이런 표지석이 상당수”라고 아쉬워했다. 십자봉 정상에 서면 동북쪽으로 백운산 주능선과 그 너머로 치악산 줄기가 시원스레 보인다. 동남쪽으로는 삼봉산이, 남쪽으로는 시루봉, 옥녀봉이, 서쪽으로는 미륵산이 둘러싸고 있다. 오두재를 거쳐 임도로 내려오는 하산길은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원한 물소리가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덕동계곡이 내내 이어진다.
덕동계곡(www.duk-dong.com)에는 충북도산림환경연구소가 운영하는 ‘덕동 생태숲’이 있다. 여름 휴가철 피서객들을 위해 마련한 이 숲은 휴게 및 편의시설이 있는 비지터 센터와 자연체험학습과 교육 및 홍보를 하는 실내 전시실, 낙엽송으로 둘러싸인 연결로, 개구리연못, 계곡, 테마별 관찰로 등으로 구성돼 있다. 20년 넘게 이곳에서 근무 중인 ‘덕동계곡 지킴이’ 김영대 씨(57)는 “숲 해설가 2명이 덕동계곡 일대의 자연생태를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고 말했다.
덕동계곡 주변에는 토종닭백숙(언제나 방목닭 043-653-6832), 산천어와 송어(운학송어양어장 043-651-9494), 손두부(산촌식당 043-651-6616) 등 먹을거리도 다양하다. 또 펜션과 민박 등 숙박시설도 많다. 박달재 휴양림(043-652-0910)이 13km 거리에 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