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얼굴은 싫어” 변신의 유혹… 오늘도 가방속엔 화장품 파우치
가방 속 두툼한 파우치는 요즘 여학생들의 필수품이다(사진 왼쪽). 졸업사진을 촬영했던 날, 한 여고생이 아이라이너로 친구에게 ‘스모키 메이크업’을 해주고 있다.
이 양은 “남녀공학이라 그런지 항상 누군가 나를 봐줄 것만 같고 화장을 하면 연예인처럼 보일 것 같다는 환상이 있다”고 말했다. 화창한 봄. 날씨도 좋은데다 소풍과 수련회, 졸업사진 촬영 같은 행사가 이어지는 요즘 학생들은 외모에 한창 신경을 쓴다. 더 예쁘게, 더 섹시하게, 더 멋지게 보이려는 요즘 학생들에게 화장은 필수. 간단한 메이크업은 이미 일상적이고, 때와 장소에 따라 화장법이 바뀌기도 한다. 수업용, 시내외출용, 학교축제용, 데이트용 화장법이 각기 다른 것은 물론, 섹시하고 카리스마 있는 스모키 화장법부터 피부를 윤기 있게 보이도록 하는 ‘물광’ 메이크업, 까다로운 여선생님의 감시를 피할 수 있는 ‘내추럴’ 메이크업까지…, 구사하는 화장법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요즘 중고생들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화장을 하고 있을까.》
중학교 2학년 조모 양(14·경기 김포시)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화장을 시작했다. 엄마의 선크림을 몰래 쓰다가 10대 전문 화장품 브랜드를 알게 된 후로는 그 제품만 고집한다. 여학생들 사이에선 생일선물로 화장품이 인기다. “용돈 준 것 다 뭐하는데 썼느냐”는 엄마의 추궁 없이도 원하는 화장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분을 내고 싶을 땐 ‘기본 3종 세트(비비크림, 파우더, 립글로스)’에 아이라이너, 볼 터치, 틴트를 추가해 화장한다. 조 양은 “요즘은 예쁜 애들이 인정받는 시대”라면서 “반에서 절반 넘는 학생들이 예뻐 보이기 위해 비비크림과 파우더는 기본으로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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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 여중고생들 사이에서도 ‘신상녀’(‘신상품을 좋아하는 여성’을 뜻하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명품 화장품을 자신을 특별하게 보이게 하는 아이템으로 여기고 용돈을 모아 백화점에서 새로 출시된 명품 화장품을 구입하는 것. 비싼 기초화장품보다는, 2∼3만 원대로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자주 꺼내 사용할 수 있어 과시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아이셰도우, 파우더, 립스틱의 명품브랜드를 주로 구입한다. 쉬는 시간에 자리에서 화장을 고치면서 브랜드 로고가 보이도록 화장품을 내놓는다던지, 대놓고 “내가 ○○ 써봤는데 커버력 진짜 ‘짱’이야”라고 권하면서 자랑한다.
화장하는 남학생도 낯설지 않다. 고등학교 2학년 정모 군(17·서울 강남구)은 얼마 전까지 아이돌 그룹 ‘빅뱅’의 멤버 ‘탑’의 스타일을 고수하다가 최근 그룹 ‘비스트’의 멤버 ‘윤두준’ 스타일로 화장법을 바꿨다. 정 군은 “학기 초엔 애들에게 좀 강하게 보일 필요가 있어 아이라인을 강하게 그리는 ‘탑 스타일’이 먹혔지만 요즘은 선명하면서도 부드러운 메이크업이 대세”라고 말했다.
눈썹이 많이 나서 ‘송충이 눈썹’으로 불렸던 정 군. 미용실에서 눈썹 정리를 받은 뒤 정 군은 일주일에 한 번씩 제모용 칼로 혼자 눈썹 정리를 한다. 엄마 몰래 화장을 하고 집을 나서다 “남자애 얼굴이 그게 뭐냐!”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엄한데 신경 쓴다”고 크게 혼이 났던 정 군은 얼마 전부터 아파트 현관의 소화전 안에 화장품 파우치를 숨기기 시작했다. 집을 나설 때 파우치를 꺼내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화장을 한다. 정 군은 “최근 중저가 브랜드의 화장품 매장이나 온라인을 통해 화장품을 사는 남자애들이 많다”면서 “외출할 때 아이라인을 그리지 않으면 허전하고 자신감이 급격히 떨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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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수업시간엔 무조건 눈웃음을 지으며 칠판을 바라볼 것. 눈은 가장 공들여 화장하고서도 화장한 사실을 들키기 쉬운 부분인지라, 눈을 작게 뜨면서 웃으면 아이라인을 그린 부분이 눈꺼풀 속으로 들어가 화장한 부분이 잘 보이지 않는다.
둘째, 입술에 포인트를 준 날엔 선생님이 농담을 던져도 반드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어야한다. 깜박하고 립글로스를 듬뿍 바른 입술을 드러내는 날엔 교사로부터 “너 혼자 뭐 기름진 것 먹었느냐”는 비난을 들을 수 있다.
마지막으론 노트 필기에 열중하는 척하면서 고개를 푹 숙이는 방법이다. 이 양은 “졸고 있다고 의심받을 수 있으므로 수업 중 반 전체가 크게 웃는 분위기일 때 고개를 잠시 들어 입을 가리고 눈웃음을 지어 ‘깨어있다’는 표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