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탄생/세라 블래퍼 허디 지음·황희선 옮김/1016쪽·4만3000원·사이언스북스
모성은 자기희생적일까. 물론 새끼가 어미를 식량으로 삼는 어미 포식 거미들도 있다. 하지만 생애 단 한 번 번식하는 어미 포식 거미보다 포유류와 영장류는 훨씬 오래 산다. 새끼 돌보기만큼 생계와 휴식도 중요하며, 번식을 미루고 자신의 성장을 택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긴 생애 동안 번식 성공률 자체를 높이기 위해 각각의 자식에 대해서는 ‘어머니답지 않은’ 행동, 전략적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성의 사회활동과 모성은 상충될까. 제인 구달이 오랫동안 관찰한 어미 침팬지 플로는 무리의 우두머리였다. 플로는 단순히 자식을 낳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식들이 무리 내에서 계속해서 높은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 결과 플로의 자식과 손자들은 높은 생존율을 보였다. 저자는 “어미 침팬지들은 그저 맹목적인 양육자인 것이 아니라 기업가적인 제왕이기도 하다. … ‘큰 야망을 품은’ 암컷의 성향은 모성과 충돌하기는커녕 어머니의 성공에서 본질적인 부분을 차지한다”고 설명한다.
책은 동물이나 인간 집단의 사례를 바탕으로 산후우울증, 양육 분담, 영아 살해 등 모성과 연관된 다양한 주제를 탐구한다. 저자는 이를 통해 기존의 수동적이고 자기희생적인 모성 대신 능동적이고 다면적인 모성을 재발견해낸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