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을…’ 공식추모곡 제외에5·18단체 회원 따로 기념식김무성 “정부 조정능력 개탄”“이념 계층따라 또 분단의 벽”李대통령 기념사서 화합 강조정세균 “MB 행사 불참 유감”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렸다. 국가보훈처가 5·18 기념식 추모곡인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식순에 서 뺀 것에 대한 항의 표시로 5·18 단체 회원들이 기념식에 대거 불참해 행사장 좌석이 텅 비어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임을 위한 행진곡’으로 갈린 5·18
5·18민주화운동 30주년 기념식에는 정운찬 국무총리 등 정부 인사와 여야 정치인, 시민 등 2000여 명이 참석했다. 식장에는 좌석이 2700여 석 마련됐지만 밤부터 굵은 빗줄기가 이어진 데다 5·18 관련 단체 회원이 대거 불참해 700여 석이 비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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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 대통령은 “남북 분단으로 숱한 비극을 겪었으면서도 지역과 계층, 이념 등에 따라 또다시 완고한 분단의 벽을 세우고 있고, 법을 무시한 거리의 정치와 무책임한 포퓰리즘에 기대는 일이 적지 않다”며 “국가와 국민의 입장에 서서 작은 차이를 넘어 대승적 타협을 이루자”고 강조했다.
정 총리가 이 대통령의 기념사를 읽자 식장에서 100여 m 떨어진 ‘민주의 문’ 아래에 모여 있던 5·18 단체 회원 70여 명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기 시작했다. 이들은 그동안 5·18기념식 추모곡인 ‘임을 위한 행진곡’을 식순에서 왜 뺐느냐고 따졌다. 이동계 5·18구속부상자회 사무총장은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를 만나 “이명박 대통령이 기념식에 두 번이나 빠진 것도 서운한데 5월 단체들이 그토록 부르고 싶어 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못 부르게 하는 이유가 도대체 뭐냐”고 항의했다.
이날 보훈처는 정 총리가 식을 마치고 퇴장할 때 연주하려던 경기민요 ‘방아타령’을 민중가요인 ‘마른 잎 다시 살아나’로 긴급 대체했다. 보훈처 관계자는 “흥겨운 민요를 기념식장에서 연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여론에 따라 연주곡을 바꿨다”며 “5월 단체들이 요구한 ‘임을 위한 행진곡’은 식전에 연주했다”고 해명했다.
○예견된 파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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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도 정부의 소통 부재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한나라당 광주시당에서 열린 선거대책위 회의에서 “나도 1980년대 초부터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시위현장에서 매일 불렀던 노래”라며 “엄숙해야 할 기념식장에서 노래 한 곡 부르냐, 안 부르냐 문제를 갖고 분위기를 망친 미숙한 조정 능력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날 광주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30주년을 맞는 국가기념일인데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을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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