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악~." 처절한 비명소리가 들려온 곳은 선수 대기실이었다.
1990년대 초 한 프로축구 경기장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날 작전 지시가 제대로 먹혀들지 않아 속이 부글부글 끊었던 모 팀의 A 감독. 그는 하프타임 때 선수 대기실에서 후반전 작전 지시를 하다 팀의 주축 수비수인 B 선수를 가까이로 불렀다.
평소 점잖은 이미지에 선수들에게 손찌검을 절대하지 않는 A 감독이었지만 이날 팀의 대들보인 B 선수의 실수로 골을 빼앗기자 단단히 화가 났던 것.
어쨌든 귀를 주무르며 후반전에 나선 B 선수는 수비는 물론 전 선수들을 진두지휘하며 팀을 역전승으로 이끌었다.
'신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온화하고 자상한 A 감독도 이럴진대 '한 성질한다'는 감독들은 제대로 안될 때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다혈질 감독으로 유명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 그의 '헤어드라이 요법'은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그이기에 시간이 나면 맨체스터 인근의 경마장을 찾는다. 경마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가끔씩 골프로 마음과 몸을 가다듬는다고 한다.
선수의 귀를 물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던 A 감독의 심신 안정법은 바둑이었다. 그는 바둑을 두면서 마음을 정리하고 스트레스를 풀었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김응룡 사장. 스타플레이어로 명감독으로 마침내 구단 CEO에까지 오른 김 사장의 현역 시절 별명은 '코끼리'.
산 같은 체격에 과묵한 그였지만 감독 시절 뭔가 경기가 제대로 안 풀릴 때는 차고 있던 시계를 선수 대기실 바닥에 내동댕이치거나 의자 등을 발로 차 부셔버리며 화를 풀기도 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출전을 앞두고 있는 한국축구대표팀의 허정무 감독. 그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바둑과 다양한 잡기 즐기기다.
바둑은 아마추어 공인 4단. 유명 프로기사인 서능욱 9단과 접바둑을 둬 이긴 일도 있다고 한다.
허정무 감독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들뜬 머리를 정리하는데 바둑만한 기예가 없다"며 "그러나 축구계에서는 나와 바둑을 둘 만한 상대가 별로 없다"고 말한다.
바둑 외에 허 감독은 당구도 '아주 짠' 300이요, 탁구도 아마추어 고수급이다. 허 감독은 지인들이나 선수들과 당구나 탁구를 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한다.
한국축구대표팀은 남아공월드컵 기간 중 베이스캠프로 루스텐버그의 헌터스 레스트 호텔에 머물 예정. 외신을 통해 공개된 헌터스 레스트 호텔을 보니 당구대를 비롯해 각종 오락기기도 잘 구비되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한국축구가 승승장구를 해서 허 감독이 스트레스를 풀겠다고 당구 큐대나 탁구 패들을 잡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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