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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구자룡]도굴범에게도 사형 선고하는 중국

입력 | 2010-05-17 03:00:00


중국이 최근 잇달아 벌어지고 있는 ‘묻지 마 살인과 폭력’으로 사회 불안이 높다. 이런 가운데 나온 최근 두 건의 판결은 중국의 사형제도에 새삼 눈길을 돌리게 한다.

다른 국가와는 확연히 다른 중국의 사형제도는 13억 인구가 치열하게 생존 경쟁을 벌이는 나라를 다스려야 하는 고민을 읽게 한다. 급속한 경제성장에서 불거진 빈부격차와 상대적 박탈감에 따른 좌절감이 빚어내는 후유증 해소가 큰 과제로 등장하고 있는 듯하다.

후난(湖南) 성 창사(長沙) 시 중급인민법원은 14일 고대 문물 도굴범 4명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23명은 무기 및 유기징역을 선고했다. 이들은 산둥(山東) 후난 장시(江西) 성 등의 3개 조직도굴단 구성원들로 2008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전국시대와 서한 및 명청조 시대의 고분 10여 기를 도굴해 11점의 국가급 유물 등 200여 점을 훔친 혐의다. 장쑤(江蘇) 성 타이저우(泰州) 시 중급인민법원도 15일 유치원에 난입해 흉기를 휘둘러 29명의 유치원생과 3명의 성인을 다치게 한 피고인(47)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도굴범 가족들은 “문화재를 훔쳤다고 사형까지 선고하느냐”고 항의하고, 유치원 ‘묻지 마 폭력’ 범죄자의 가족도 “사망한 사람이 없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하지만 중국 형법상 모두 사형 선고가 가능한 범죄들이다.

1997년 개정돼 시행 중인 중국 형법에 따르면 사형 선고가 가능한 범죄는 68종이다. 이는 국가안전, 공공안전, 개인 인신 침해, 경제 범죄, 수뢰, 밀수, 마약, 독직 등 10여 가지 항목으로 분류된다. 68종의 죄명은 포괄적인 것이어서 실제로 사형 선고가 가능한 범죄는 수백 가지에 이르는 것으로 해석된다. 도굴 범죄의 경우도 형법 264조의 ‘공공재산 절도’의 한 항목으로 금융기관에서 거액의 돈을 훔친 범죄도 같은 항목에 있다. 한국의 경우 크게 살인과 내란죄가 아니면 사형을 선고하지 않는 것에 비하면 큰 차이가 있다.

공무원 뇌물 수수는 한국은 1억 원 이상이면 무기징역까지 가능하지만 중국은 10만 위안(약 1600만 원) 이상인 경우 ‘10년 이상의 유기 또는 무기징역과 재산 몰수, 상황이 엄중할 경우 사형도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4월에는 일본인 4명이 마약 밀수 혐의로 사형이 집행되면서 중국의 엄격한 마약 범죄 처벌이 관심을 끌었다. 중국 형법상 ‘50g 이상의 헤로인, 히로뽕 또는 기타 마약류를 밀수 판매 운송 제조한 자’는 사형이 가능하다.

이 밖에 지폐 위조, 금융사기 같은 경제 범죄도 액수와 사회적인 영향이 크면 사형 선고가 가능하고 직권 남용 등 독직도 마찬가지다. ‘음란 색정죄’ 항목에서는 성매매 조직을 결성해 강제로 성매매를 강요하다 윤락 여성이 사망하면 사형 선고가 가능하다. 밀수에도 무기나 탄약 등 군수물자는 물론 위조지폐도 있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2008년 전 세계에서 집행된 사형 2390건 중 중국이 1718건으로 72%를 차지했다.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형법상 사형 선고가 가능한 범죄의 종류와 수를 보면 놀랄 일도 아닐 듯싶다.

서방 선진국에서 중국의 인권이 도마에 오를 때 중국의 사형제도도 빠지지 않는다. 중국도 과거에는 ‘살인은 생명으로 갚는다’는 말이 있을 만큼 인명을 소중히 여겼다. 사형제도 운영은 각국의 고유한 정책이지만 중국에서 “이런 범죄까지 사형에 처하나” 하는 것들이 점차 줄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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