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역확대 등 21개 新협정 서명… 적대관계털고 화해협력시대로
터키와 그리스가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화해와 협력의 새 시대를 열어가기로 다짐했다. 두 나라는 오스만튀르크 제국의 그리스 식민지배 역사와 영토분쟁, 사이프러스 등 문제로 400년 가까이 앙숙으로 지내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각료 10명과 경제인 100여 명 등 300여 명의 대규모 사절단을 이끌고 그리스를 방문해 14일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와 고위급 회담을 갖고 불법이민, 관광, 경제협력 등 21개의 협정에 서명했다. 양국이 체결한 협정에는 연간 80억 m³의 아제르바이잔산(産) 천연가스를 터키를 거쳐 서유럽 지역에 공급하는 파이프라인 사업도 포함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또 터키는 그리스와의 연간 교역규모를 50억 달러로 2배로 늘리고, 경제난에 처한 그리스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합동 기자회견을 통해 “양국이 서명한 협정의 깊이와 폭은 이번 회담의 역사적 의미를 잘 보여준다”며 “과거사 문제가 있지만 양국은 평화와 협력의 기초를 다져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에르도안 총리도 “이제 역사가들은 두 고대 문명이 평화와 우정이라는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기 시작했음을 기록해야 할 것”이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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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을 모았던 국방비 상호 감축안은 이번 회담에서 구체화되지 않았다. 두 나라는 1996년 전쟁 직전 상황까지 갔고, 지금도 에게 해 상공에서 두 나라 전투기들이 서로 자기 땅이라고 주장하며 위협비행을 벌이는 등 영토분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