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감독은 그동안 박주영을 붙박이 공격수로 놓고 그와 호흡을 맞출 공격수를 찾기 위해 고민을 거듭해왔다. 그만큼 박주영의 비중은 컸다. 하지만 박주영이 월드컵에서 제대로 뛸 수 없을 수도 있는 암울한 상황을 맞았다.
이에 따라 두 명의 선수가 급부상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올드 보이’ 이동국(31·전북)과 안정환(34·다롄)이다. 둘은 지난달 30일 발표된 월드컵 예비 명단 30명 중 공격수 부문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이동국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본선 진출의 기회를 잡았고 안정환은 2002년 한일 월드컵, 2006년 독일 월드컵에 이어 3회 연속 출전 기회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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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소속팀에서 활약을 통해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이동국은 지난해 8월 파라과이와 평가전을 통해 대표팀에 복귀했고 안정환은 지난달 3일 코트디부아르와 평가전에서 후반 45분을 소화하며 21개월 만의 복귀전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허 감독은 사실 두 선수를 예전부터 눈여겨봐왔다. 역대 월드컵에서 한국은 두 번 역전승을 거뒀는데 결승골이 모두 안정환의 발끝에서 터졌다. 월드컵 본선에서 안정환이 넣은 3골은 아시아 기록이다. 안정환은 예전의 체력과 기량만 보여주면 허 감독으로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는 해결사다. 그래서 허 감독은 2월 초 정해성 수석코치를 안정환이 전지훈련 중인 중국 쿤밍으로 파견해 점검했고 지난달에는 직접 다롄으로 가 경기를 봤다. 안정환 자신도 “월드컵은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가고 싶은 꿈의 무대다. 지금 내 자리에서 노력하고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동국은 한때 한국을 대표하는 스트라이커의 계보를 이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안정환, 고종수(은퇴)와 더불어 1990년대 K리그를 대표하는 스트라이커였지만 월드컵과는 인연을 맺지 못한 비운의 선수다.
2002년 월드컵 때는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의 눈 밖에 나 최종 엔트리 경쟁에서 탈락했고 2006년 월드컵을 앞두곤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2006년은 특히 아쉬웠다. 당시 아드보카트 감독의 신뢰를 받았고 스스로도 준비를 많이 해 몸 상태가 좋았다고 했다. 그런데 월드컵을 불과 2개월여 앞두고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K리그 경기 중 오른쪽 무릎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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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두 풍운아가 23명의 최종 엔트리에 포함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동국은 선발 자원으로, 안정환은 조커 자원으로 충분히 활용 여지가 있다. 16일 에콰도르와 평가전이 끝나면 모든 게 확실해진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