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귀중한 분을 연사로 모시겠습니다. 정말 바쁘실 텐데 포스코를 위해 강연을 해 주셔서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 서관 4층 아트홀. 포스코가 마련한 특별 강연회 사회를 맡은 관계자가 ‘정말’이라는 단어를 쓰면서까지 소개한 연사는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었다. 이 위원장은 ‘세계 속의 한국, 클린 경영이 기업경쟁력이다’를 주제로 정준양 회장 등 임원과 팀 리더급 이상 간부 300여 명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다. 국민권익위원장 취임 후 주로 공무원을 상대로 강연을 하고 있는 이 위원장이 기업에서 강연을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 위원장의 강의는 포항과 광양제철소에도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제철소에서 근무하는 포스코 임원과 출자회사 임원, 협력회사 사장 등 700여 명이 제철소 강당에서 화상으로 이 위원장의 강의를 지켜봤다.
기업에서 근무한 적이 없고, 스스로 ‘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밝힌 ‘실세’가 기업인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할까. 참석자들은 호기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이 위원장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의 강연은 대학에서 제적당한 사연부터 시작해 군대 시절을 거쳐 정치입문 과정, 국회의원 시절 활약상, 현 정부 출범 후 낙선하고 해외에서 체류한 이야기 등으로 이어졌다. 강연 주제와 크게 관계없는, 위원장의 인생 역정이 40분 이상 이어지자 예상과는 다른 내용에 지겨운 표정을 짓는 참석자도 일부 눈에 띄었다.
70분 정도 진행된 강연 중 그의 개인사가 아닌 내용은 강연 막바지에 부정부패가 청산되어야 하는 당위에 대해 15분 정도 이야기한 게 전부였다. 그 내용도 평소 그가 강연하는 공무원에게 적절한 내용이고 기업인에게 꼭 맞는 내용은 아니었다. 강연 주제와 직접 관련된 내용은 ‘포스코처럼 윤리 경영을 잘하는 기업이 일류기업이 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가 전부였다.
주제에서 빗나간 이 위원장의 강연이 이어지는 동안 포스코 임직원들과 출자회사 임원 등 1000여 명의 ‘귀한 시간’도 지나갔다. ‘정말 귀중한 분’의 귀한 시간은 그를 필요로 하는 다른 곳에서 쓰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