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점 와인 만든 포도 ‘강한 아들’처럼 키워이희상 회장 소유 포도밭 재배로버트 파커 격찬한 와인생산“美서 한국형 경작 관심 높아”
지난달 27일 미국 ‘실베라도 농업회사’의 피트 리치먼드 대표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 포도플라자에서 ‘다나 에스테이트’의 포도로 만든 ‘온다도로’ 와인을 선보이고 있다. 김재명 기자
미국 내파 밸리에 있는 다나 에스테이트의 소유주는 이희상 운산그룹 회장. 이 회장은 2005년 이곳을 인수한 후 매달 1주일 이상씩 머물며 좋은 와인을 만드는 데 정성을 기울였다고 한다. 이 와인이 ‘파커 100점’을 얻은 비결이 무엇일까. 다나 에스테이트의 포도를 가꾸는 포도밭 전문 관리회사인 미국 ‘실베라도 농업회사’의 피트 리치먼드 대표를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포도플라자’에서 만났다.
“포도가 좋아야 좋은 와인이 됩니다. 와인이 병에 담긴 날을 기준으로 와인에도 사주풀이를 하는 이 회장의 동양철학적 경영이 포도 작황에도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리치먼드 대표는 동양적 정서가 깃든 세계적 와인을 만들려고 하는 이 회장의 소신을 강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리치먼드 대표는 “포도가 목마르다고 바로 물주고, 배고프다고 해서 양분을 주면 포도가 게을러진다”며 “아들을 강하게 키우려고 군대에 보내는 것처럼, 가장 뛰어난 포도를 생산하기 위해 포도를 극한 상황에서 재배한다”고 ‘파커 100점’의 비결을 귀띔했다.
다나 와인은 연간 생산량이 2800병밖에 안 되는 전형적인 컬트 와인(희소한 고품질 와인)으로, 병당 가격이 275달러(약 30만 원)에 이른다. 혹시 파커 씨가 좋아하는 취향에 맞춰 와인을 만드는 건 아니냐고 묻자 그는 “각 맛이 조화를 이루는 ‘과유불급형 와인’, 타닌이 충분하되 섬세한 ‘외유내강형 와인’을 만들기 위해 포도를 정성들여 기를 뿐 점수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다나 와인은 한정된 수량 때문에 국내로는 수입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포도밭의 포도로 만든 ‘온다도로’와 ‘바소’ 와인은 국내에서 만날 수 있다. 온다도로 와인 라벨의 동그라미는 윤회사상, 바소 라벨의 달 항아리는 비울수록 가득 찬다는 한민족의 정서를 담았다고 한다.
이 회장은 유명 주역가를 찾아가 온다도로 2005년 빈티지의 사주를 풀어 와인의 스토리텔링도 만들었다. 2007년 8월 8일 오시(午時·오전 11시∼오후 1시)에 병에 담긴 이 와인의 성별은 남자. 거목의 운을 타고난 이 와인은 재력과 재능에 여복(女福)도 있다는 설명이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