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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균 논설위원의 추천! 이번주의 책]금융위기, 금융엘리트가 조장한 게 사실일까

입력 | 2010-05-01 03:00:00


‘화폐전쟁’ 1권에서 국제 금융 엘리트의 이해에 따라 화폐제도가 어떻게 변천했는지를 짚은 저자는 2권에선 세계적 금융 엘리트 가문의 형성과 발전사를 살피며 세계 금융 시스템의 이면을 파헤쳤다. 사진 제공 랜덤하우스코리아


화폐전쟁 2 / 쑹훙빙 지음·홍순도 옮김 / 616쪽·2만5000원·랜덤하우스

 

지난달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했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에게 따끔한 지적을 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IMF가 한국인에게 준 고통을 기억하고 반성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면서 저자세를 보였던 한국 정부였다.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외환위기 당시 IMF는 두려움 그 자체였다. 당시 IMF 총재였던 미셸 캉드쉬는 한국 정부가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을 내걸고 괴롭혔다. 그는 협상이 타결될 만하면 한국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추가로 내밀었다. 부실 금융기관을 대거 퇴출시키고 강력한 긴축 정책을 주문했다. 경제주권을 잃은 한국은 영락없이 경제전쟁에서 진 패잔병이었다.

한국의 협상 상대는 IMF였지만 그 배후에는 미국이 있었다. IMF가 한국 정부에 제시하는 까다로운 조건들은 사실 미국의 요구였다. 현재 미국 재무부의 티머시 가이트너 장관이 당시 차관보로서 한국 정부를 압박했다. 그 뒤에는 데이비드 립턴 차관이 총괄을 담당했다. 립턴 차관은 신분이 알려질 것을 우려해 점퍼 차림으로 입국해 IMF협상단을 지휘했다. 당시 협상 대표로 참여했던 정덕구 전 산업자원부 장관의 회고다(외환위기 징비록).

당시 외환위기와 관련해 여러 가지 음모론이 나돌았다. ‘국제 금융자본이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고 통화위기를 일으켰는데 중국은 피해 가고 엉뚱하게 태국과 한국이 당했다.’ ‘외환위기로 국제 금융자본은 엄청난 이익을 거두었다.’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확인되지도 않거니와 쉽사리 확인할 수도 없는 음모론이 많았다.

이 책의 저자는 중국에서 대히트를 친 화폐전쟁 1권에서 “중국 금융 체제의 방어 능력과 중국의 경제발전 전망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고 집필 동기를 밝혔다. 아마도 한국의 외환위기를 목격하고 ‘금융 전쟁’에 대한 중국의 대응능력을 걱정했던 것이 아닐까. 저자는 1권에서 한국의 외환위기와 그 극복과정을 꽤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금융 약소국은 금융위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순식간에 국부를 빼앗기게 되고, 그 배후에는 금융자본과 금융엘리트들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화폐전쟁 2권은 1권의 후속편이다. 저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금융자본과 엘리트들의 치밀한 기획에 의한 구조적 불균형으로부터 촉발됐다고 주장한다. 미국 통화정책 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은 금융위기의 징후를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의문을 제기한다.

그렇다면 저자의 주장은 사실인가. 과연 근거가 있는 것인가. 저자는 나름대로 여러 가지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헤지펀드 매니저인 폴 존슨이 2006년 캠프 데이비드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파생금융상품으로 인한 금융위기가 곧 도래할 거라고 경고했다는 식이다. 그렇다고 해서 금융엘리트들이 의도적으로 위기를 조장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비약이다. 다만 정확한 증거는 아니더라도 정황을 설명해주는 단서라고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주장과 예견에는 충격적인 대목이 많다. 저자는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려고 국제 금융자본의 과거를 캐고 있다. 금융엘리트들의 속성을 보여줌으로써 그들을 경계하지 않으면 중국이 무사할 수 없다고 경고하는 듯하다. 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금융자본과 금융엘리트의 역사는 다소 지루하지만 금융자본의 속성을 보여주려는 저자의 뜻이 담겨있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 ‘아이팟 대히트’ 애플 신화 대해부 ▼

애플웨이 / 제프리 크루이상크 지음·정준희 옮김 / 352쪽·1만5000원·더난출판


 

2001년 10월 미국 애플 본사. 애플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잡스는 ‘맥이 아닌 또 다른 획기적인 디지털 장비를 선보이겠다’며 휴대용 디지털 뮤직 플레이어인 ‘아이팟’을 내놓았다. 싼 워크맨도 있는데 400달러가 넘는 이 기기가 인기를 끌지 많은 이들이 회의적이었지만 아이팟은 대성공이었다.

2007년 1월 잡스는 아이폰을 선보이며 “오늘 애플은 ‘폰(phone)’을 재발명했습니다”라고 선언했다. 2010년 1월에는 “랩톱과 스마트폰의 중간쯤에 제3의 카테고리를 고민했다”며 아이패드를 선보였다.

이 책은 애플의 탄생과 발전, 실패, 부활 과정을 상세하게 그린 ‘역사책’에 가깝다. 잡스뿐 아니라 스티브 워즈니악, 마이크 마쿨라, 마이크 스콧, 존 스컬리 등 오늘의 애플을 만든 이들의 역할도 짚어본다. 컨설팅업체 ‘콘 크루이상크’의 공동 설립자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제품을 왕으로 모셔라’ 등 애플로부터 배울 수 있는 네 가지 교훈을 제시한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 ‘신인 이름 알리기’ 4가지 전략은 ▼

필립 코틀러 퍼스널 마케팅 / 필립 코틀러, 어빙 레인 등 지음·방영호 옮김 / 448쪽·2만5000원·위너스북


 

경쟁이 극심한 오늘날에는 기업이든 연예계든 분야를 막론하고 이름을 알리는 일이 중요하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그렇듯 개인도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마케팅 구루로 꼽히는 필립 코틀러 교수를 비롯한 마케팅 전문가들이 이미지 메이킹 및 이미지 변신, 퍼스널 브랜드 구축 방법, 경쟁력과 기회 창출 등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저자들은 퍼스널 브랜딩 과정에 대한 7가지 오해를 언급한다. 신인이라면 건실한 모습, 순수한 동기, 타고난 능력, 필수적 재능, 카리스마, 적당한 시기, 그리고 행운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은 오해라고 설명한다. 신인이 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브랜딩 전략을 저자들은 4단계로 요약한다. △차별화를 핵심으로 하는 ‘브랜드 생성과 재생’ △작은 부분부터 브랜드를 시험하고 개선해 나가는 ‘브랜드 시험’ △시장의 기대를 충족하는 방향으로 이미지를 바꿔가는 ‘브랜드 세련화’ △행동 개선과 멘터링 등을 통해 브랜드를 완성하는 ‘브랜드 실현’이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