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회의원이 전교조 명단을 공개하자 전교조가 다시 공개금지 가처분을 확인하는 간접강제 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공개 시 하루 3000만 원씩 전교조에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그 국회의원 측은 또 법원 결정에 반발하는 조치를 취할 모양인데 결과가 어찌되었건 이미 알아버린 정보를 다시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18세기 자유주의 철학자 토머스 페인의 말처럼 “무지(無知)는 한번 무너지면 다시 복원되지 않는 매우 독특한 성질을 지녔으며 인간은 무지한 상태로 ‘남을’ 수는 있지만 무지하게 ‘만들어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시늉뿐 먹을 것 없는 자료 공개
인터넷 시대에 사는 사람들은 정보의 ‘알 권리’ 못지않게 ‘사용할 권리’를 누리고 싶어 한다.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하고, 더 나아가 중요한 판단이나 결정의 재료로 정보를 활용하기를 원한다. 전통적인 커뮤니케이션 모델에서 다소 수동적인 위치에 있던 수용자(audience)는 인터넷 시대에 적극적인 이용자(user)가 되어 쌍방향 소통을 하며 사회 변화를 이끌어간다. 이들에게 그저 창백한 통계수치로 공시되는 정보란, 이솝우화에서 여우와 두루미가 서로 저녁식사에 초대해 놓고 먹기 힘든 그릇에 담아낸 음식처럼 허망하고 쓸모없다.
학부모는 여전히 정확하고 세밀한 학교 정보에 목말라 있다. 자기 아이 학교에서 몇 명이 어느 대학교에 진학했는지 파악해 진로 지도에 활용하고 싶지만 대학 전문대학 외국대학으로만 분류한 통계로는 알 길이 없다. 급식이 충실한지 알고 싶어도 직영급식 일부위탁 전부위탁의 정보만으로는 알 수 없다. 학원폭력에 아이가 노출될 위험은 없는지 궁금해도 상담사례건수로는 종잡을 수 없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 학생의 학업성취도가 궁금하지만 보통학력이상 기초학력 기초학력미달의 뭉뚱그린 정보만으로는 어떤 수준의 학교인지 알 길이 없다. 궁여지책으로 동네 아줌마 통신이나 온갖 사적 채널을 동원하고 업계 권위를 자랑하는 학원정보에 의존하게 된다.
실행한 지 1년 남짓 된 학교 알리미 사이트로 학교정보공개의 인프라를 갖춘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거기 공시되는 15개 항목 39개 세부내용을 매년 업데이트하는 교사의 수고가 제 빛을 발하려면 이용자 입장에서의 사용편의(usability)를 고려해야 한다. 정보는 쉽고 사용하기 간편하고 인간적이어야 한다. 정보를 공시하는 쪽에서는 누가 왜 그 정보를 이용하는지 파악하고 그들에게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에 착안해 정보의 내용과 형식을 결정해야 한다. 들쭉날쭉한 정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 전체적인 윤곽을 보여주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정보 믿게 돼야 공교육도 믿어
박성희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