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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섹션 피플] 금융 CEO 최초 5연임 코리안리 박종원 사장

입력 | 2010-04-30 03:00:00

野性의 리더십으로 사원-주주 마음 사로잡아
1998년 취임때 ‘낙하산’ 비판
11년만에 순익 21배 껑충




“한계에 도전하는 ‘야성(野性)의 리더십’으로 코리안리가 세계 5위 재보험사로 도약하는 데 밑거름이 되겠습니다.”

국내 유일의 재보험사인 코리안리 박종원 사장(사진)이 국내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CEO)로는 처음으로 5연임의 기록을 세웠다. 코리안리는 29일 이사회를 열고 7월 14일로 네 번째 임기가 끝나는 박 사장을 연임시키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6월 11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5연임이 확정된다.

이에 따라 박 사장은 2013년까지 사장직을 맡게 된다. 대체로 단임으로 임기를 마치는 다른 공무원 출신 CEO와 달리 행시 14회 출신인 박 사장이 5연임에 성공한 것은 탁월한 실적이 배경이 됐다.

1998년 그가 재정경제부 공보관을 마치고 사장으로 취임했을 당시 코리안리(당시 대한재보험)는 파산 직전에 몰린 부실덩어리였다. 1997년에는 한 해 동안 보증보험 부문에 낸 손실이 무려 3818억 원에 이를 정도였다. 1963년 설립 후 35년 동안 고작 827억 원의 누적 순이익을 기록했던 회사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었다. 하지만 그는 직원 30%를 내보내는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공적자금 투입 없이 부실덩어리였던 회사를 살려냈다.

그가 재임한 12년간 코리안리의 연평균 성장률은 13%. 1997년 970원이던 주가는 최근 9920원으로 10배 이상 상승했다. 1998년 37억 원이던 당기순이익은 2009년 784억 원으로 껑충 뛰면서 세계 10위, 아시아 1위 재보험사로 자리 잡았다.

좋은 경영실적은 주주와 직원들의 강한 신뢰로 이어졌다. 취임 첫날부터 노조로부터 ‘낙하산’이라는 비판에 시달렸던 그는 이제 주주는 물론이고 노조에서도 붙잡는 CEO가 됐다.

대주주이자 이사회 의장인 원혁희 회장도 지난달 창립기념식에서 “주주들이 필요로 한다면 박종원 코리안리 사장과 본인의 제휴관계는 두 사람의 기력이 소진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절대적인 신임을 보내고 있다.

박 사장은 코리안리의 도전적인 기업문화를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해병대 출신인 박 사장은 특히 유달리 야성을 강조한다. 직원 개개인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치열한 정글에서도 생존하려면 강한 도전정신과 진취적 마인드를 가져야 하는 야성이 필수라는 것. 박 사장의 진두지휘 아래 전 임직원이 2004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백두대간을 종주한 것은 코리안리의 기업문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일화다. 그는 “취임했을 당시 직원들은 다들 경영진만 바라보는 해바라기 같았다”며 “직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도록 야성과 창의성을 살리는 데 힘을 쏟았다”고 말했다.

박 사장의 다음 목표는 2020년까지 세계 5위 재보험사로 도약하는 것. 이를 위해 국내외 보험사와 금융회사를 인수해 금융지주사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또 현재 18% 수준인 해외사업 비중도 50%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박 사장은 “해외 진출 확대, 인수합병(M&A) 등 공격적인 경영으로 세계 일류 재보험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