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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저온… 폭설 후유증… 산양들이 죽어간다

입력 | 2010-04-29 03:00:00

■ 부검 통해 알아본 떼죽음 실태
봄까지 눈 안녹아 굶주려 퉁퉁 부푼 위장 속엔 소화안되는 나무껍질 가득
울진서만 20% 집단 폐사




 

27일 오후 9시 20분경 서울대 수의과대 504호 부검실은 경북 울진군에서 막 올라온 산양 사체 부검을 위해 부산한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부검하는 산양은 보통 1년에 두세 마리. 그러나 올해는 벌써 19마리째다.

울진군 덕구온천 인근 두천리 계곡을 중심으로 반경 7.8km 안에서 발견된 산양의 사체들이다. 전문가들은 이 지역에 올 1∼3월 눈이 많이 내리고 이상저온으로 녹지 않아 1급 멸종위기종이면서 천연기념물(217호)인 산양이 집단 폐사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산양 사체는 모두 계곡에서 발견됐다. 산양은 원래 바위가 많은 산의 7, 8분 능선에서 살지만 먹을 것을 찾다가 계곡까지 내려온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1∼3월 경북 지역엔 눈이 많이 내려 28.5cm까지 쌓였다. 예년 같은 기간 적설량이 1∼6cm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이 눈 때문에 한 달 사이 이 지역 산양의 15∼20%가 집단 폐사했다. 산양은 다리가 짧아 눈이 오면 이동이 어렵다. 이치우 대구지방환경청 생태관리팀장은 “산양은 겨울에 고립됐다가도 눈이 녹는 3월 이후 체력을 회복하지만 올해는 3, 4월까지 눈이 쌓여 있고 새싹도 나지 않아 집단적으로 굶어 죽은 것 같다”고 전했다.

“몸무게 18.2kg. 꼬리까지 길이 104cm. 눈동자 등에서 부패 시작. 사망한 지 1주일 내외. 뿔과 이빨 상태를 볼 때 연령은 20개월로 추정. 성별은 수컷.” 서울대 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 김영준 연구원은 이날 산양의 몸을 꼼꼼하게 측정한 뒤 메스를 들었다. 근육 일부가 검게 썩고 있었다. 갈비뼈를 들어냈다. 내장이 보였다. 폐 일부가 검게 변해 있었다. 하지만 고름은 눈에 띄지 않았다. 폐렴이나 전염병으로 죽은 게 아니라는 의미다. 심장, 간, 비장, 신장, 방광을 순서대로 꺼냈다. 간 크기가 다른 장기에 비해 작았다. 제대로 먹지 못했다는 증거다.

산양의 위장은 축구공처럼 부풀어 있었다. 내부에는 아직 소화하지 못한 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내용물을 만져 보니 모래 같은 느낌이 났다. 먹기에는 거친 줄기나 나무껍질이 만져졌다. 코에서는 송진 냄새가 났다. 영양가 있는 나뭇잎을 찾지 못해 소나무 껍질이나 낙엽 등으로 허기만 채우다 죽은 것이다.

울진에서 죽은 산양 가운데 4마리는 새끼를 배고 있는 7∼10년생 암컷이었다. 전문가들은 생식 가능한 연령대의 어미들이 죽어 산양 개체 수 보전에 큰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규봉 울진숲길 사무국장은 “이런 일이 한두 번 더 이어지면 한반도의 산양은 멸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산양 폐사가 울진 외에 백두대간 전역에서 일어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최근 강원 삼척 등에서도 산양으로 보이는 사체가 3개 이상 발견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올 2월 설악산에서 쓰러져 있는 산양 5마리를 발견해 4마리를 보호소에서 보살피고 있다.

하지만 산양 보호소는 울진 등 다른 서식지에는 마련돼 있지 않다. 조범준 야생동물연합 사무국장은 “폭설에 대비해 산양을 구할 수 있는 보호소와 전문 의료진을 전국 서식 지역에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youtae@donga.com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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