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권짜리 소설 펴낸 조용배씨“직장 은퇴 뒤 7년 걸려 완성”
금융권에서 일하다 퇴직 후 70세의 나이에 총 5권에 이르는 장편소설 ‘어머니의 그림자’를 펴낸 조용배 씨. 이 소설에서 6·25전쟁의 비극을 한 가족의 이야기로 풀어간 그는 “전쟁의 참혹함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신춘문예 응시자 가운데 일흔 넘은 고령자를 발견하는 것은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다. 고령화사회로 진입하면서 은퇴 후 체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을 발표하는 실버 문학가도 함께 늘고 있다. 이런 소설들은 저자의 개인사에 큰 흔적을 남긴 6·25전쟁, 4·19혁명, 경제성장기 등 격변기의 우리 사회상을 함께 다루고 있다. 최근 ‘어머니의 그림자’라는 장편소설(신서원·총 5권)을 펴낸 조용배 씨(70)도 이런 경우다.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사에서 그를 만났다.
고려대 상경대를 졸업한 뒤 금융권에서 30여 년간 일하다 10년 전 퇴직한 그는 원고지 1만5000여 장에 달하는 긴 소설을 7년에 걸쳐 탈고했다. 문학 수업을 받아본 적도, 소설을 써본 적도 없던 그가 은퇴 후 오랜 시간을 들여 소설을 쓴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는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감정의 격랑”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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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란의 잔혹과 비극, 전후의 고통을 한 가족사를 중심으로 상세히 풀어간 이 소설은 상당 부분 자전적 경험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는 “형식도 장르도 중요하지 않았다. 일흔이 넘은 노인이 세상에 무슨 미련이 있거나 겁날 게 있겠느냐”며 “그저 쓰고 싶은 것을 마음껏 썼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팔리느냐 팔리지 않느냐는 것도 부차적인 문제였다. 그는 “젊은 사람들이 궁금할 때 언제든 이런 기록을 접할 수 있도록 전국 200여 대학 도서관에 자비로 책을 한 질씩 보냈다”고 말했다. 조 씨는 차기작으로 청춘 소설도 한 편 쓰고 있다고 했다. 은퇴 뒤 갖게 된 새로운 삶인 만큼, 쫓기는 마음 없이 쉬엄쉬엄 한다.
“가끔 좀 더 일찍 글을 쓸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물론 그럴 수가 없는 세대였지만요. 아무리 힘들어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것만큼 즐거운 건 없습니다. 글을 쓸 때마다, 이렇게 몰두할 곳이 있다는 것이 참 좋습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