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개발에서 가장 중요하며 어려운 점 중 하나는 인공위성이나 우주선을 우주로 쏘아 올려 보내는 수단인 우주로켓을 개발하는 일이다. 우주로켓 개발이 어려운 이유는 우주로켓이 극한상황에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극한 기술이 많이 필요한 것이다. 우주로켓이 인공위성을 지구궤도에 진입시키기 위해선 초속 8km, 시속 2만8800km의 아주 빠른 속도가 필요하다. KTX가 최고로 달리는 속도보다 100배나 더 빠른 초고속이다.
나로호는 지상의 발사대를 이륙한 이후 9분 만에 이렇게 큰 속도를 만들어야 한다. 로켓이 이륙해서 속도를 가속하며 빠르게 움직일 때 큰 진동이 생긴다. 로켓과 인공위성의 수십만 개 부품이 큰 진동을 잘 견디어야 한다. 로켓 추진제 중에 연료를 태우는 데 산소를 공급해주는 산화제는 섭씨 영하 183도의 액체산소이다. 발사를 준비하며 산화제탱크에 액체산소를 주입하면 탱크의 표면에 3∼4cm 두께의 얼음이 얼어붙어 있다가 로켓이 이륙할 때 얼음조각으로 우수수 떨어진다. 로켓엔진에서 분출되는 화염의 온도는 섭씨 2000도가 넘는다. 이렇듯 모든 조건이 초극한 상태에서 작동하는 물체가 바로 로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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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에는 순수 국산 액체추진제 과학로켓인 KSR-3을 한 번의 시험비행도 없이 첫 발사에 성공했다. 한 번의 시험비행도 없이 액체추진제 로켓의 개발에 성공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뿐일 것이다. 특히 극한상황에서 비행하는 우주로켓의 개발에서 시험비행은 기술을 축적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인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지난번의 발사는 많은 경험을 하게 한 소중한 시험비행이었다.
작년 8월의 발사에서 나로호는 1단과 2단 로켓의 분리, 2단 로켓의 점화, 2단 로켓과 인공위성의 분리, 로켓의 유도제어 등 어려운 많은 과정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그리고 2단 로켓의 성능과 자세제어도 완벽했다. 특히 나로호에는 내비게이터를 실어 로켓의 위치와 비행속도를 실시간으로 지상국에 보냈다. 우리나라는 우주로켓개발 후발국이지만 정보기술(IT) 강국답게 IT를 우주개발 기술과 접목시키는 측면에서는 선진국에 접근했다.
우리나라처럼 정부와 온 국민의 성원을 받으며 인공위성의 자력발사를 시도하는 축복받은 나라도 없을 것이다. 많은 관심이 연구원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세종 때 세계 최초로 2단 로켓인 산화신기전을 개발한 선조들의 후예로서 자신감을 갖고 성공적으로 나로호를 발사하여 국민에게 우주개발의 꿈을 선사해 주기를 기대한다.
채연석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