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망명해 北고위층 실상 폭로집앞서 권총 피격… 사망전 “간첩”
1960년 평양에서 태어난 고 이한영 씨는 성혜림 씨의 언니인 성혜랑 씨의 아들이다. 이 씨는 1978년 모스크바 외국어대 어문학부를 전공한 엘리트 출신으로 프랑스어 연수를 위해 스위스 제네바로 들어간 뒤 1982년 9월 서방으로 탈출했다. 이후 같은 해 10월 한국에 망명했다.
한국에 망명한 그는 다른 귀순자와 달리 자신의 신분을 공개하고 국내에서 북한 고위층의 실상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 씨는 1987년 12월 KBS 국제국 러시아어 방송 PD로 입사한 뒤 결혼했다. 결혼 후에도 김정일 위원장과 가족, 측근의 생활을 담은 책 ‘대동강 로열패밀리’란 제목의 책을 펴내 북한 정권의 실상을 세상에 알리는 데 앞장섰다. 그러던 중 1997년 2월 15일 오후 9시경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자신의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서 괴한 2명에 의해 총기로 피격당해 10일 후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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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를 살해한 범인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다만 이 씨가 당시 의식을 잃기 전까지 ‘간첩’이라고 말했고, 살해현장에서 북한 간첩들이 많이 사용하는 권총탄피가 발견됐다는 점에서 북한공작조에 의한 테러로 추측되고 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