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색 못갖추고 유행 못따라가 젊은이들 외면신촌 밀리오레 의류잡화상가 300개로 개점, 40곳만 남아동대문 의류타운 ‘케레스타’ 점포 곳곳 검은휘장 덮어놔
13일 찾은 이화여대 부근 쇼핑몰 ‘예스 에이피엠’은 거의 한 달째 문을 닫고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신촌 ‘밀리오레’의 의류·잡화상가는 2006년 개점 당시 300개에서 지금은 40곳으로 줄어 을씨년스러웠다. 신촌 밀리오레 관계자는 “2006년 문 열 당시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120만 원이던 점포 입주조건이 최근엔 보증금 300만 원에 월세 30만 원으로 줄었다”며 “그런데도 장사가 안 돼 상인들이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여성정장 가게 상인은 “이대 상권(商圈)의 그늘은 대형 쇼핑몰에 국한되지 않는다”며 “요즘 학생들은 학교 근처 쇼핑몰 대신 값싸고 편리한 온라인쇼핑에서 옷을 산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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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규 케레스타 6층 상가운영위원회장은 “거평프레야 시절 잘나갈 때는 상가보증금 5000만 원에 별도로 붙는 권리금이 억 원 단위였다”며 “지금은 상가보증금이 200만 원도 안 된다”고 털어놨다.
동대문운동장 역 부근의 대형 패션몰인 ‘패션TV’와 ‘라모도’의 사정은 더 나빴다. 2006년 개점을 예고했던 패션TV는 상가 입점이 제대로 안돼 건물만 지어놓고 여태껏 문을 못 열었다. 라모도도 같은 시기 문을 열었다가 장사가 안돼 3개월 만에 영업을 중단했다. 김학현 케레스타 이사는 “쇼핑몰이 우후죽순으로 밀집해 있는 것도 동대문 소매상인들이 고전하는 한 이유”라고 말했다.
온라인쇼핑에 밀리고 상가이미지 관리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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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 중심의 상가 운영방식도 문제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국내 대형 쇼핑몰은 개별 점포를 분양해 파는 방식이라 쇼핑몰 전체의 통일성이 없다”며 “가격경쟁력에 밀려 점포가 한두 개씩 비기 시작하면 전체 몰의 이미지가 떨어지는 데도 컨트롤할 수 있는 장치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점에서 동대문 두산타워(두타)는 국내 패션상가가 나아갈 길을 보여준다. 임대 방식의 두타는 시대 흐름에 맞춰 변신을 거듭했다. 1998년 개장 당시 3.3m²(1평) 남짓한 점포 수가 1000여 개에 달해 ‘닭장’이라 불렸던 매장을 과감히 바꿨다. 임대계약이 끝나는 시점마다 매장 수를 줄이면서 면적을 두 배로 키우고 인테리어를 백화점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신진 디자이너도 적극 발굴해 새로움을 찾는 국내외 손님을 불러 모으는 데 성공했다.
이정희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온라인쇼핑몰, 외국계 SPA. 아웃렛 등 다양한 유통채널 간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고객 분석과 상가 이미지 관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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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용 기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