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 결정 5차전 삼성화재에 3-1 승 2승3패… “더도 덜도 말고 오늘만큼만”
“삼성화재 우승 축하 기사 쓰려고 많이들 오셨네요. 챔피언결정전은 오래 해야 재미있는 거 아닙니까.”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 들어서는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의 얼굴에 모처럼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한 것도 그렇지만 내용면에서도 완승을 거둬 남은 경기에서 극적인 역전을 바라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16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남자부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의 챔피언결정전(7전 4선승제) 5차전. 현대캐피탈은 전날까지 1승 3패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김호철 감독은 “이전 경기에서 내용은 좋았지만 결정적인 순간 해결사가 부족했다”며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더구나 우승 청부사로 데려온 쿠바 출신 외국인 선수 오스발도 헤르난데스마저 어깨 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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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난데스를 대신해 1세트부터 선발 출장한 박철우는 고비마다 중요한 득점을 올리며 공격을 이끌었고, 1세트에서는 상대 주포 가빈 슈미트의 공격을 두 번이나 블로킹하는 등 수비에서도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재주꾼 장영기도 17득점을 올리며 뒤를 받쳤다. 오른손 공격수인 장영기는 3세트 18-16으로 앞선 상황에서 왼손 스파이크를 성공시키는 진풍경도 연출했다.
이선규와 하경민이 지킨 센터 라인도 고희진과 조승목으로 이뤄진 삼성화재 센터진을 압도했다. 이선규과 하경민은 속공과 블로킹 등으로 각각 10점과 9점을 올리며 분전한 반면 삼성화재 센터진은 합쳐서 8점을 내는 데 그쳤다. 특히 삼성화재 센터진은 6개의 범실을 범하며 스스로 무너졌다. 삼성화재 주포 가빈은 양 팀 통틀어 최다인 35점을 올렸지만 혼자서 승리를 이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장영기는 “가빈밖에 없는 삼성화재에 지면 한국 배구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뛰었다”고 말했다. 두 팀의 6차전은 18일 오후 2시 대전에서 열린다.
천안=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