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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서울의 봄은 강변 자전거 길에 먼저 와요

입력 | 2010-04-16 03:00:00



■ 동호회원이 추천한 서울의 자전거도로

군살 하나 없는 상체, 잘 빠진 다리, 잘록한 허리, 안전모 아래로 흩날리는 긴 머리…. 그를 처음 본 건 뒷모습이었다. 20대 후반이거나 많으면 30대 초반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화창했던 9일 오전 서울 송파구 방이동 근처 자전거전용도로에서 만난 김혜영 씨는 47세의 중년이었다. 안전모와 스포츠용 선글라스를 벗은 앞모습을 본 다음에야 알 수 있었지만 그래도 47세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인터넷 카페 ‘정으로 달리는 자전거(정달자)’에서 활동하는 김 씨는 “평소 다른 운동도 즐겨하지만 (젊어 보이는) 비결은 자전거”라고 귀띔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자전거를 타려는 사람이 부쩍 늘고 있다. 김 씨처럼 얼핏 보기에도 수백만 원이 될것 같은 산악용자전거(MTB)에 전용 복장까지 갖춘 마니아들은 평범한 사람들을 밖으로 꾀어내는 ‘미끼’이자 부러움의 대상이다. 바퀴가 작은 미니벨로를 타며 묘기와 속도를 즐기는 젊은이들도 그렇다. 하지만 자전거 핸들을 다시 잡거나, 처음 접하는 초보자들은 막상 어디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이 좋을지 막막하다. 자전거 동호회원들로 구성된 ‘자전거 서울시민 패트롤’ 대원들과 서울시 자전거교통담당관실 공무원들이 소개하는 ‘서울의 자전거 길’을 가보자.

○ 초보자들은 천변(川邊)으로


패트롤 대원이자 ‘정달자’를 운영하고 있는 김영숙 씨(45)는 “자전거를 타는 목적을 크게 ‘그냥 타는 것’, ‘즐기려는 것’, ‘운동을 하려는 것’, ‘출퇴근 등 교통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며 “각각의 목적에 맞게 자전거 타기에 적당한 장소를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자전거에 처음 관심을 갖는 초보자나 아이들과 함께 즐기려는 목적이라면 ‘천변’이 좋다고 권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전거 전용도로와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를 합한 서울의 자전거도로는 총 764.4km다. 이 가운데 한강과 한강으로 흘러드는 지천을 끼고 있는 자전거도로가 244.25km로 전체의 32%에 이른다. 이곳에서 자전거를 타면 상쾌한 바람에 주변의 멋진 자연경관이 더해져 자전거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다. 또 교통사고 등 위험이 덜하기 때문에 여성은 물론이고 아이들도 비교적 안전하게 자전거를 즐길 수 있다. 초보자들에게는 최상의 코스인 셈.

우선 한강변 자전거도로가 대표적이다. 강남북 전체 72.96km인 한강 자전거도로는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선 ‘자전거 고속도로’라고 불린다. 김남표 서울시 자전거문화팀장은 “서울의 모든 자전거도로는 한강 자전거도로에 어떻게 쉽게 접근할 것인지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고 했다. 가장 중요한 한강 자전거도로를 가운데 두고 강북의 동쪽에 중랑천, 강북 서쪽 불광천+홍제천, 강남 동쪽 양재천+탄천, 강남 서쪽 안양천 자전거도로가 대표적인 천변 자전거도로다. 특히 다른 곳은 자전거 전용도로와 보행자 겸용도로가 섞여 있는 반면 중랑천과 탄천은 전체가 자전거 전용도로로 만들어진 것이 특징이다.

‘5대 천변 자전거도로’로 나갈 때는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천변 자전거도로를 타기 위해 자동차로 자전거를 실어 나르거나 자전거도로가 없는 일반 도로를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부터 일요일과 공휴일에 한 해 전동차 맨 앞 칸과 뒤 칸을 자전거 전용 칸으로 지정하고 자전거 휴대 승차를 허용하고 있다. 또 도시철도공사(5∼8호선)가 운영하는 39개 역에서는 계단 옆에 자전거 전용경사로를 설치해 자전거 이동을 돕고 있다. 서울시는 올 12월부터 토요일에도 지하철 자전거 휴대 승차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2012년부터는 평일 승차도 가능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서울 모든 자전거도로는 한강으로 통한다”

○ 자전거로 둘러보는 ‘아이리스’ 촬영지

 

초보자가 아니라면 이색 경험을 할 수 있거나 테마가 있는 자전거도로를 달려보는 것도 좋다. 서울 도심 한가운데인 광화문에서 출발해 청계천 물길을 따라 달리다 보면 천호대로에 조성된 자전거 전용도로가 나온다. 이 전용도로를 통해 5호선 광나루역을 지나 광진교를 건너면 레이싱경기장과 자전거 체험장, 어린이 자전거 교육장 등이 있는 광나루공원에 도착한다. 이곳에는 자전거 모양의 미끄럼틀이나 놀이기구가 있는 ‘자전거 놀이터’를 비롯해 바퀴가 네모인 이색 자전거들을 볼 수 있는 전시장이 마련돼 있다. 청계천을 따라가다 중랑천 자전거도로로 진입한 뒤 응봉교 아래 자전거·보행자 다리를 건너면 서울숲을 만날 수 있다.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지 1년 반이 됐다는 패트롤 대원 이재경 씨(41)는 “자동차도로 옆에 조성된 자전거도로가 위험해 보일 수 있지만 ‘자전거족’들에게는 편하다”며 “보행자나 자동차에 신경 쓰지 않고 이 길만 따라 앞으로 달리면 된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구의 월계로와 오현길에 조성된 자전거 전용도로는 우이천을 따라 내려온 ‘자전거족’들이 새로 조성된 ‘북서울 꿈의 숲(옛 드림랜드)’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특히 이곳에 있는 전망대는 얼마 전 종영된 드라마 ‘아이리스’의 촬영지로도 유명해 일본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유명 배우들의 연기 장면 사진이 전시돼 있다. 올해 말까지 지하철 1호선 석계역 앞 1.45km의 자전거도로가 완성되면 ‘우이천∼중랑천∼한강’이 모두 연결돼 한강에서 북서울 꿈의 숲까지 자전거로 이동할 수 있게 된다.

마포구 상암동 주변의 13.27km 구간을 이용해 난지공원과 노을공원도 즐길 수 있다. 난지 자전거공원은 노을공원, 하늘공원과 다리로 연결돼 있어 이곳에서 자전거 트레킹 코스를 즐길 수 있다. 또 자전거 익스트림장, MTB 코스, 이색 자전거 체험장, 어린이 자전거 교육장 등 다양한 시설도 눈길을 끈다. 난지 자전거공원에서 나와 가양대교 북단으로 이동하면 자전거 전용 엘리베이터를 볼 수 있다. 가양대교 북단에서 남단으로 이동할 때 전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것도 이색 경험이다. 가양대교를 건너 구암공원 방향으로 가다 보면 허준 기념관, 궁산 근린공원 내 양천향교, 겸재 정선 기념관 등 다양한 조선시대 문화를 접할 수 있다.

○ 경의선 폐선 용지 9km ‘자전거 고속도로’ 조성계획

서울시는 자전거를 개인적인 여가, 레저, 운동에 활용하는 것 외에 현재 1% 안팎인 운송 분담률을 2014년까지 6%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교통수단으로 자전거를 정착시키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경의선 폐선 용지를 활용해 도심까지 신호 없이 논스톱(non-stop)으로 진입할 수 있는 9km 자전거 고속도로를 만들 방침이다. 또 한강에서부터 홍제천과 불광천을 거쳐 올라오는 자전거 도로를 성북천, 청계천과 연결하는 자전거 외곽순환도로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북악터널 근처에 신설하는 평창터널 내부에는 자전거 터널을 별도로 만들기로 했다.

청계천, 고궁, 동대문 등 관광코스를 통과하는 테마노선 7.9km도 만든다. 이 노선은 도심 한복판을 통과하면서 문화 관광자원을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또 남산 및 한강과 연결하면 생태관광까지 추가할 수 있기 때문에 자전거를 이용한 도심 관광시대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홍주희 서울시 자전거정책보좌관은 “올해 말까지 경복궁 주변도로 2.4km와 청계천로 2.2km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설치하고, 남산공원길 3.3km를 자전거 자동차 겸용 도로로 개발할 계획”이라며 “자전거 마니아들을 위한 MTB 코스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일러스트=김원중 기자 paran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