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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판돌포 ‘비올라다감바’ 독주회

입력 | 2010-04-13 03:00:00

깊이 내려긋는 베이스 상상의 화음을 현실로테크닉 ★★★★☆ 대중성 ★★☆




비올라다감바 연주자 파올로 판돌포는 절제된 동작과 따뜻한 미소로 관객의 호감을 이끌어내는 세련된 무대매너가 돋보였다. 8일 연주회에서 그는 생트 콜롱브의 ‘샤콘’을 앙코르로 연주했다. 사진 제공 세종문화회관

이탈리아의 비올라다감바 연주자 파올로 판돌포가 8, 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에서 9년 만의 내한 독주회를 열었다. 세종문화회관이 주최하는 2010 세종 체임버 페스티벌의 두 번째 무대다. 장기곡인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과 바흐의 제자인 아벨의 비올라다감바 모음곡들로 프로그램을 꾸몄다.

비올라다감바는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에 널리 사용된 뒤 첼로에 밀려난 저음 현악기다. 현의 수가 7개이며 프렛(지판)이 있는 만큼 왼손을 많이 움직이지 않고 날렵한 연주가 가능하다. 판돌포는 이런 악기의 특징을 이용해 두 작곡가 모음곡들의 원천인 ‘춤곡’의 특징을 낭만주의 시대를 능가하는 자유로운 템포로 살려냈다.

짙고 깊게 긋는 베이스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구조적으로 단(單)선율 음악인 이 모음곡들은 첼로로 연주할 경우 악보에 나타난 저음의 움직임에 따라 감상자가 화성의 구조를 상상하도록 하는 것이 통례다. 판돌포는 이 ‘상상 속’ 베이스 라인을 현실공간의 음향으로 바꾸었다. 깊이 내려 긋는 베이스음이 다음의 베이스음으로 이어지며 멜로디와 내성부(內聲部)를 감싸고 건반악기 못지않은 화음감을 선사했다.

2001년 판돌포는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역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으로 첫 내한연주를 가졌다. 당시 호암아트홀이 음향 개선 이전이어서 음량이 작은 비올라다감바의 소리가 매우 빈약하게 전달됐다. 이에 비하면 목재로 공간 전체를 감싼 세종체임버홀의 풍성한 음향은 훨씬 조건이 나았다. 그럼에도 객석에는 중간 중간 빈자리가 많이 눈에 띄어 아쉬웠다. 한 가지 사족을 달자면, 9년 전 공연에서 잦은 기침으로 주변을 불편하게 만들다 결국 자리를 뜬 관객으로서 판돌포에게 미안함을 전하고 싶다.

세종 체임버 페스티벌은 22일 소프라노 유현아 독창회, 24, 29일 피아니스트 백혜선, 25일 바로크 바이올리니스트 엔리코 가티 연주회로 이어진다. 가티 연주회 오후 5시, 기타 오후 7시 반 공연. 3만∼5만 원. 02-399-1198∼9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