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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訪中은 ‘4월 정치쇼’ 전주곡?

입력 | 2010-04-03 03:00:00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전후해 북한에서는 ‘2010년판 4월 정치 쇼’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최고인민회의 제12기 2차 회의가 9일 열리고 15일 김일성 주석의 98회 생일인 태양절, 25일 인민군 창건 78주년 기념일 등이 이어진다.

북한 지도부는 중요 정치일정을 통해 정치 경제적으로 가장 시급한 과제인 후계구도 구축과 외자 유치 활동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4월에는 장거리로켓인 ‘광명성 2호’를 발사(5일)하는 한편 최고인민회의 제12기 대의원대회(9일)를 열어 김 위원장을 임기 5년인 국방위원장에 네 번 연속으로 추대하고 국방위의 조직과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을 단행했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이 자신의 후계자인 3남 김정은을 방중에 동행시킬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양국은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북핵 6자회담 복귀와 중국의 경제적 지원을 맞교환하는 중요한 논의를 할 것으로 보여 김정은의 국제적 데뷔 상황까지 연출하는 것에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열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연구위원은 “안전상의 문제와 국내 정치적인 이유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2004년 4월 용천 폭발사건처럼 김 위원장에 대한 테러 가능성이 있는 마당에 부자가 한 열차를 타고 중국에 나타나는 것은 위험한 데다 강대국에 종속되는 것을 거부하며 주체(主體)를 지도이념으로 삼아온 북한이 후계자를 사전에 중국에 승인 받는 듯한 인상을 줄 수도 없다는 것이다. 물론 건강 이상으로 시간에 쫓기는 김 위원장이 내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파격적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김 위원장이 이번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김정은에게 공식적인 직책을 부여해 국내 정치무대에 등장시킬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은 김정은에게 국방위 부위원장이나 위원직을 줘 공식 후계자 수업을 받도록 할 수 있지만 이 사실을 당분간 외부에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김정은은 아버지의 권력을 물려받기 위해 경제를 향상시키는 실제적인 업적이 필요한 상태”라며 “김 위원장이 아들에게 국방위 산하 국가개발은행의 중요 보직을 맡겨 외자 유치에 주력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정 위원은 “화폐개혁과 외환통제 정책의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당과 내각의 경제 관료를 신진세력으로 교체하고 국제사회의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경제 관련법들을 제정 또는 개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북한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태양절을 전후해 대규모 축포야회(불꽃놀이) 등을 개최해 체제가 굳건함을 대내외에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측이 남측 천안함을 침몰시켰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인민군 창건일은 비교적 조용하게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