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운치 흐르고 건강에도 좋아” VS “바람에 쉽게 쓰러지고 병충해 약해”
○ 전국에 소나무길 조성 ‘붐’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소나무길 조성이 한창이다. 서울 강북구도 지난해 중앙차로 버스정류장 등에 소나무 330여 그루를 새로 심었다. 지난해 간선도로 곳곳에 600여 그루를 심었던 전북 고창군은 올해도 총 5.6km 구간에 소나무 573그루를 심을 계획이다.
안전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플라타너스는 잎이 넓어 교통표지판이나 신호등을 가리는 경우가 많지만 소나무는 이런 우려가 적다는 것. 임재홍 조경기술사(아이조경 전무)는 “소나무를 가로수로 심은 사례는 태종실록이나 세조실록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며 “소나무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가지치기 등 관리가 쉽기 때문에 경제적인 수종(樹種)”이라고 말했다.
○ “공해, 병충해에 약해 가로수로 부적절” 주장도
소나무가 가로수로 적합하지 않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소나무는 병충해에 매우 약한데 그동안 소나무를 고사시킬 정도의 강력한 병충해가 끊임없이 이어졌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1950년대에는 솔나방이, 1960년대에는 솔잎혹파리, 잎떨림병 등이 돌아 수많은 소나무를 죽였다. 1988년 이후 돌기 시작한 재선충은 지금도 곳곳에서 소나무를 죽이고 있다. 게다가 소나무는 옮겨 심을 때나 기후가 변할 때도 병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소나무를 가로수로 심고 있다. 소나무 가로수는 시민들의 스트레스 해소에 좋고 온실가스 흡수 능력도 탁월하지만 병충해에 약하고 쉽게 더러워지는 등 관리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30일 서울 중구 퇴계로 일대에 조성된 소나무 가로수 거리를 시민들이 걷고 있다. 원대연 기자
이경준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겨울에 제설을 위해 뿌리는 염화칼슘이 소나무에 나쁜 영향을 줄 가능성도 높다”며 “그 외 한 해에 두 달(4, 5월)밖에 자라지 않기 때문에 생장 속도가 느린 점, 상처를 회복하는 속도가 느린 점 등도 불리하다”고 설명했다.
○ 이렇게 심어야 잘 큰다
전문가들은 소나무를 가로수로 심을 때는 작은 나무를 심어 키우는 것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키는 비교적 작은 종류를 심고 바람에 넘어지지 않도록 버팀목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심을 때는 물이 잘 빠지도록 땅을 깊이 파고 바닥에 자갈과 점성이 크지 않은 마사토 등을 깐 후 심어야 한다. 심은 후에는 진딧물 등 해충 피해가 없도록 잘 돌봐야 하며 화학비료나 분뇨 등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심우경 고려대 조경학연구실 주임교수는 “뾰족한 잎 사이사이에 먼지가 끼기 쉬워 주기적으로 씻어줘야 한다”며 “가지치기를 할 때는 전문가들이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