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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의 ‘신뢰 리더십’
그에게 물었다. ‘도대체 김인식 리더십이란 무엇이냐’고.
헛웃음과 함께 특유의 느릿느릿한 말투로 답이 돌아왔다. “내가 그런 게 어디 있어? 그냥 운이 좋았고, 옆에서 보기 좋게 만들어준 것 뿐이지.” 재차 물었다. 한번 시원하게 얘기해 보자고. 이제껏 그의 리더십을 다룬 책도 여러권 나왔고, 각종 언론에서 숱한 찬사를 받은 그의 리더십을 ‘김인식의 목소리’로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내 입으로 무슨 말을 해, 낯 뜨겁게 말이야”라며 한사코 손사래를 치던 그는 거듭된 부탁에 꼬박 만 이틀이 지나서야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럼 리더십이라 거창하게 부르지 말고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얘기해 보자고. 그런데 이거 영 쑥스럽고 머리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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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질있는 선수 알아보는 눈·꾸준한 소통
그렇게 믿음 생기면 이젠 기다리는거지
노장과 막내 조화 이루면 팀워크는 자동
김인식이 믿는 것? ‘진리는 평범함 속에’
○ 믿음
특별히 일부러 염두에 두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선수들과 많은 시간 함께 보내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것이 바로 믿음, 서로간의 신뢰다. 누구나 다 느끼고 공감하는 얘기일 것이다.
어느 순간 이 선수에겐 이 얘기를 꼭 해주고 싶을 때가 있고, 그걸 선수들이 잘 받아주고 이해해주면 고마울 뿐이다. 어떨 땐 자연스레 눈빛만 보고도 이 친구가 내 뜻을 알아주는구나 할 때가 있다. 이런 것이 바로 믿음일 것이다. 서로 믿고 신뢰하기 위해선 대화와 소통이 밑바탕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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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베이스볼클래식(2006년 세계 4강·2009년 준우승)을 앞두고 선수들이 처음 모였을 때. 두 번 모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우리 처지가 그러니까 잘 해보자”고 한 게 다인 것 같다. 굳이 나라를 위해 희생하자고, 어떻게 하자고 내 의견을 내세우지도 않았다. 선수들이 나 못지 않게 다 느끼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게 아마 선수들 스스로 뭉치게 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 날카로운 눈과 기다림
쌍방울 감독 시절 얘기다. 김원형이나 김기태, 박경완 등은 입단 당시 그렇게 큰 선수들이 아니었다. 그러나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OB 감독 시절에 만난 심정수나 정수근, 박명환 등도 꾸준히 기용하다보니까 실력이 늘었다. 훗날 일본에서 홈런왕까지 오른 용병 우즈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정말 별 볼일 없는 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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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부
OB 감독으로 부임하기 전인 1993년 쯤 일이다. 일주일에 한번씩 난생처음으로 칼럼을 기고하게 됐는데, 처음 몇 주간은 소화가 안 될 정도로 쓰기가 정말 어려웠다. 하지만 시간이 점차 지나면서 요령이 생겼다. 실력이 아닌 요령 말이다. 마찬가지다. 고민하고 공부하면 모든 건 달라진다. (그는 현역 감독 시절에도 구단 통역에 번역을 부탁, 외국의 최신 월간야구잡지를 탐독하기도 했다. 누구보다 최신 이론이나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고 공부했다. 이를 끄집어내자 ‘그냥 심심해서 한 거지’라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 조화와 팀워크
조직이란 노장도, 중간도, 밑도 필요하다. 노장만 있어서도, 젊은층만 있어서도 안 된다. 일종의 대중소가 조화를 이뤄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돌아간다.
끊임없이 새 피가 공급돼야 함은 물론이고, 노장에겐 노장 나름대로의 역할을 주고 힘을 줄 필요도 있다고 본다. 이런 과정을 통해 조직의 조화를 꾀할 수 있다. 조직이 조화롭게 구성돼야 자연스럽게 팀워크가 생긴다.
정리|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