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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중년남성 정신건강ABC]우울증

입력 | 2010-03-22 03:00:00

중년 스트레스 술로 풀지 말고 가족-친구와 대화를




《최근 의사 교수 등 사회 엘리트집단에 속한 중년 남성들의 잇단 자살은 비단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시대의 중심에 서 있는 중년 남성들의 위기이기도 하다. 갑작스러운 시련이나 허무감이 몰려올 때 제대로 대처를 못하면 우울증이나 불안에 빠지기 쉽다. 동아일보와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4월 4일 정신건강의 날을 맞아 중년 남성의 위기와 대처법에 대해 2회에 걸쳐 소개한다. 정신건강의 날은 정신질환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과 무관심으로 사회에서 소외된 정신장애인과 그 가족들에겐 치료와 사회 복귀, 일반인들에겐 사회적 편견 해소와 정신건강 증진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제정됐다.》회사원 최모 부장(45·서울 서초구 서초동)은 최근 회사에서 사직을 권고받았다. 잘나가던 때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매년 실적이 떨어졌다. 한편으론 분노가 치밀고, 다른 한편으로는 ‘어쩌다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나’ 싶어 우울하기 그지없다. 사람들이 쳐다보는 시선도 부담스럽다. 어떤 사람은 동정의 눈빛으로, 다른 사람은 비웃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 같아 불편하다.

최 부장은 “회사를 그만두면 아이들 교육은커녕 생계를 유지하기도 어려울 것 같아 걱정”이라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런지 하루가 다르게 늙는 것 같고, 몸도 여기저기 아프고 쑤시다”고 말했다.

○“오르막에 익숙 내리막 준비 안된 탓”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렸던 중년 남성들은 경쟁에 치이고 젊은 사람에게 밀리면서 점차 내리막에 접어들기 시작한다. 구조조정과 명예퇴직에서 0순위에 들어간다. 이때 적응하지 못하면 심각한 정신적 위기에 빠진다.

우종민 서울백병원 정신과 교수는 “중년 남성은 오르막만 보고 사는 데 익숙해져 있다 보니 내리막에 대한 심리적인 준비가 안 된 경우가 많다”면서 “수명이 길어지고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기 때문에 앞으로 남은 인생 30∼40년을 내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의 ‘2006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중년 남성의 우울증은 40대가 2001년 0.7%에서 2006년엔 1.7%로 50대는 0.5%에서 2.6%로 급상승했다. 중년 남성의 경우 실직 이외에도 이혼, 별거, 가족 내 소외감 등으로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성기능 장애가 나타나거나 머리털과 근육이 줄어 외모가 볼품없어진다는 두려움에 우울증은 더욱 깊어질 수 있다. 특히 승승장구하다가 갑자기 좌절을 겪는 사람들은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힘들땐 가족-친구에게 적극 조언 구해야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일, 가정, 개인생활의 균형이 필요하다. 어느 하나에서 무너졌다면, 다른 곳에서 에너지를 얻고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한 곳에서 완벽하지 못했다고 해서 인생 전체가 무너진다고 절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말이다. 특히 중년 남성은 자신의 정신적 문제를 깨닫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안다고 해도 혼자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친구든 가족이든 사랑하는 사람을 옆에 두고 조언을 듣는 게 좋다. 또 늘 뒤집어 생각해본다. 분하고 답답할 때면 스스로 물어본다. ‘꼭 그렇게 생각할 필요가 있는가’ ‘다른 대안은 없을까’ 등과 같은 반전은 마음을 편하게 만든다.

우 교수는 “진료실에 앉아 있다 보면 몇백억 원대 부자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잠을 못 자고 죽고 싶다며 눈물을 흘린다”면서 “바로 그 뒤에 온 금융채무불이행자는 ‘선생님이 치료해주신 덕분에 의욕이 나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오리라는 희망이 생겼다’며 웃는다”고 말했다.

평소에 따뜻하게 위로해줄 사람을 준비해야 한다. 즉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나쁜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려면 가족이든, 친구든, 선후배든 갑자기 찾아온 변화를 나누고 위로를 받을 사람이 필요하다. 남성들은 도움을 요청하는 데 서툴지만 누군가의 격려를 듣는 것만으로도 큰 힘을 얻을 수 있다. 나만의 시간을 찾아야 한다. 취업과 결혼 이후 자기만의 공간과 시간을 잃어버리기 쉽다. 인생을 숙제가 아니라 축제로 만들려면 나만의 재미를 찾아야 한다. 집중 시간과 휴식시간을 별도로 정해 휴대전화와 e메일의 방해를 막도록 시도한다. 나를 위한 투자가 세상에서 제일 가치 있는 일이라고 인식하고 스스로를 칭찬하며 취미를 계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우울증 체크리스트

현재 나의 상태는…
1. 멍하다
2. 집중이 잘 안 된다
3. 주변 사람과 갈등이 많다
4. 만사가 귀찮다
5. 의욕이 떨어졌다
6. 쉽게 피로를 느낀다
7. 내 일이 지겹다
8. 짜증이 잘 난다

0∼4점: 배터리 완충 상태. 행복 에너지가 넘치는 상태. 주변 사람에게 에너지를 전파하면서 살면 더 좋다. 다만 과신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5∼12점: 일반적인 에너지 상태. 가끔 목표가 애매해지거나 대인관계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그럴 땐 운동과 호흡법을 통해 빨리 에너지를 재충전한다.

13∼20점: 행복 에너지가 부족한 상태. 언제 에너지가 떨어질지 모르므로 마음이 편안하지 못하다. 여유가 없고 그럭저럭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21점 이상: 행복 에너지 방전 상태. 매사에 의욕이 없다. 충분한 휴식과 가벼운 운동, 편안한 숙면이 시급하다. 금방 해결할 수 없다면 전문가의 진료나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