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 29 대 300이라는 하인리히 법칙이 있다. 재난은 갑자기 일어날 수 있지만 대부분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경미한 사고가 반복되면서 발생한다는 법칙이다. 한 번의 큰 재난이 발생하기 전에 29번의 작은 사고가 있고, 작은 사고 이전에 같은 원인에서 비롯된 300번의 사소한 전조가 나타난다는 내용이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1995년)도 부실공사와 허술한 관리, 옥상바닥 균열 등 ‘300’에 해당하는 전조가 있었지만 무시되고 말았다. 또 붕괴사고 직전에 에어컨 진동소리에 대한 고객의 불만이나 벽 균열에 대한 위험경고 등 ‘29’에 해당하는 작은 사고가 있었음은 물론이다. 이런 전조와 작은 사고를 무시한 결과가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반대의 사례도 있다. 소래철교는 1999년도에 정밀진단 결과 D급 판정을 받은 위험 시설이지만 지자체 간 이견으로 방치됐었다. 재난전조정보 관리를 통해 지난달 11일 통행을 금지한 덕분에 보름 후 철교 교각기초가 붕괴됐음에도 인명 피해를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
재난전조정보관리제도는 위험신호를 감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감지된 신호를 과학적인 분석과정을 거쳐 효과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재난을 사전에 예방하는 방안을 말한다. 소방방재청이 올해 역점시책으로 추진하려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현장조사 언론 민원 점검자료 등 재난의 전조와 관련된 정보를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채널을 통해 수집한다. 그런 다음 매주 또는 수시로 개최되는 재난전조 정보분석 시스템(회의 등)을 통해 정보 간 인과관계와 중요도를 분석하고 재난 발생 가능성, 예상 피해규모, 국민생활 안전도를 토대로 위험등급을 분류한다. 위험등급이 결정되면 기획점검 및 긴급안전조치를 시행해 사전에 재난 위험요인을 제거한다. 올해부터 이 제도를 시행했는데 3월 현재 9회의 분석회의를 개최해 122건을 전조정보로 관리하고 그중에서 109건에 대해서는 안전조치를 취했다.
마크 트웨인은 일찍이 “재난이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 때문에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명언을 남긴 바 있다. 막연한 믿음은 방심을 낳고 수많은 전조에 눈길을 주는 일을 가로막는다. 하지만 문제되는 현상이나 오류를 초기에 신속하게 발견하여 대처한다면 큰 재난을 방지할 수 있다.
박연수 소방방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