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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서울시, 행사비 줄여 일자리 4만개 늘린다

입력 | 2010-03-19 03:00:00

월 급여 최대 88만5000원…상품권 아닌 현금 지급




아무리 심하게 고장난 자전거도 뚝딱 고쳐낼 정도로 솜씨가 좋은 40대 후반 A 씨. 그러나 기술을 믿고 시작한 자전거 판매·수리점 사업에 실패한 후 취업이 되지 않아 생계가 막막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원했던 서울시 공공근로와 정부 희망근로 채용에도 모두 탈락한 A 씨. 그러나 18일 서울시가 하반기(7∼12월)에 일자리를 4만5000여 개 늘린다고 발표하면서 A 씨는 또 한번 희망을 갖게 됐다. 채용 직군 중 자전거수리센터 수리공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A 씨는 서울일자리플러스센터 홈페이지(job.seoul.go.kr)와 안내전화(1588-9142)를 통해 수시로 채용공고를 확인하고 궁금한 사안을 물어보며 하반기 채용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시와 자치구, 투자기관이 일회성 행사에 쓰이는 돈이나 업무추진비 등 1815억 원을 줄여 올해 하반기에 총 4만4650개의 일자리를 추가로 만든다. 이에 따라 올해 서울에서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기존 21만6570개에서 26만1220개로 늘어난다. 서울시는 이런 내용을 담은 ‘일자리창출 특별실행예산 편성안’을 18일 발표했다.

○ 소외계층, 취업청년층 모두 대상

서울시에서 직접 추가 채용할 공공근로자는 1만5200명이다. 856억7400만 원을 투자한다. 등산로, 공원 조성 등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실시할 일자리는 5460개가 늘어난다. 여름철 수해를 대비한 재해 취약시설 정비나 공공시설물 정비를 담당할 4080명을 새로 뽑는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보육, 시설개선 등 각종 복지사업 일자리가 5660개 마련됐다.

공공일자리 채용공고는 6월경에 나올 예정이다. 이달 초부터 시작된 희망근로가 6월에 종료되기 때문이다. 시 측은 “현재 희망근로에 참여하는 서울시민 1만7500여 명이 6월 말이 되면 한꺼번에 직업을 잃게 된다”며 “이 여파를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기간과 인원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월 급여는 희망근로와 같은 수준으로 최대 88만5000원이다. 주차와 월차를 쉬지 않고 모두 수당으로 받았을 때 기준이다. 그러나 총임금의 30%를 상품권으로 주는 희망근로와 달리 서울시 공공일자리는 100%를 현금으로 준다.

민간 일자리는 1만6750개를 늘릴 계획이다. 직원을 새로 뽑는 소상공인에게는 총 70억 원의 고용지원금을 보조하고 사회적 기업 등을 추가로 발굴하는 등 총 162억7900만 원을 쓸 예정이다. 그 외 자치구에서는 505억 원을 들여 총 9000개, 투자기관에서는 290억 원을 활용해 총 3700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 방침이다.

○ 일회성 행사 줄이고 업무추진비 아끼고

1815억 원 중 서울시 본청이 투자하는 돈은 1020억 원. 이 중 7, 8월 집행 금액인 300억 원은 일단 예비비인 1300억 원 가운데 당겨 쓸 예정이다. 나머지 720억 원은 하반기에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집행한다. 7, 8월 비용을 예비비에서 쓰는 이유는 하반기 의회 승인 일정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통상 하반기 추경예산은 8월 말경 승인된다.

추경예산이 편성된다고 지방세를 더 거두는 일은 없다. 각종 행사를 취소 및 축소하거나 사업추진비 등을 아껴 쓰는 방식으로 마련한다. 시는 이미 4차원 서울비전영상관 건립을 취소해 9억 원을 아끼고 각종 소모성 비용도 최대한 줄여 총 450억 원을 절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외에도 각종 용역비를 줄이거나 시급하지 않은 사업비를 조정하는 등으로 추경예산 비용을 마련할 예정이다.

지난해 서울시가 새로 만든 일자리는 약 31만 개였다. 4만5000여 개의 일자리를 추가로 늘려도 지난해보다 4만5000개 정도가 줄어든 셈이다. 서울시는 전체 신규 일자리는 줄었지만 지속가능한 일자리는 작년보다 1500개가량 늘어나는 등 내실은 좋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