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 운동권 논리'가 득세하던 노무현 정부 시절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는데 기여했습니다. '탄핵 역풍'이 몰아닥친 2004년 총선 때 그가 없었다면 열린우리당은 개헌가능 의석을 얻었을지 모릅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한나라당 압승을 이끌어 좌파정권 종식의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변화를 바라는 다수 국민의 열망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진 뒤의 행보는 달랐습니다. 박 전 대표는 광우병 시위, 미디어법 처리, 용산 방화사건, 세종시 문제 등 민감한 이슈 때마다 현 정부는 물론 우파 주류세력과 다른 목소리를 냈습니다. 때로 나타나는 독선적 이미지와, 과거 노사모를 연상시키는 일부 열성 지지자들의 '팬클럽 정치'에 대한 거부감을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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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지사는 장애인 등 진정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중시하면서도 광우병 사태, 미디어법, 기업규제, 쌍용자동차 사건, 세종시 문제 같은 현안에서 분명한 목소리로 국가 및 기업경쟁력 제고, 법치와 시장경제 원리를 강조했습니다. 최근 김 지사에 관심을 보이는 국민 가운데는 박 전 대표의 행보에 비판적인 우파 지식인이나 기업인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보다 대중적 지지도는 많이 떨어집니다.
두 사람은 모두 1970년에 고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현 여권에 합류한 시점도 비슷합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면서도 전통적 지지층이 아닌 국민으로 지지의 외연을 넓히려는 박 전 대표와, 한때 품었던 좌파 이념이 그릇된 것이었음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새로운 소신에 따라 행동하는 김 지사. 극적인 반전을 보인 두 사람의 길이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