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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遠人이 不服이면 則修文德以來之하고 旣來之면 則安之니라

입력 | 2010-03-02 03:00:00

먼 지방 사람이 복종해 오지 않으면 文德을 닦아서 그들을 오게 하고, 그들이 이미 왔으면 편안하게 해야 한다.




고려 초에 大學士와 學士들이 임금에게 經書를 講論(강론)하던 곳을 文德殿(문덕전)이라 했다. 1136년(인종 14)에는 修文殿(수문전)이라 고쳤는데 그때부터 고려 말까지 右文館(우문관)이라 했다가 다시 수문전이라 하는 등 명칭이 여러 번 바뀌었다. 文德殿이나 修文殿이라는 이름은 모두 ‘논어’ ‘季氏’의 첫 장에 나오는 공자의 이 말에서 따온 것이다.

‘계씨’의 첫 장은 ‘논어’ 가운데서는 이례적으로 길다. 공자는 작심한 듯 염有(염유)와 季路가 노나라 대부 季氏의 전臾(전유) 정벌 계획을 저지하지 못한 사실을 비난했다. 그리고 한 국가나 한 영지를 다스리는 爲政者(위정자)는 다른 지역을 정벌하려고 하지 말고 境域(경역) 안의 文德을 진흥해서 遠人이 信服(신복)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遠人은 먼 지방의 사람이란 뜻인데 국경 밖의 사람을 모두 가리킨다. 文德은 문화와 도덕이란 말로, 禮樂에 따른 敎化와 信義 있는 政治를 포함한다. 旣來之는 ‘이미 遠人이 信服해 왔으면’이다. 安之는 그들을 安堵(안도)하게 해준다는 말이다.

당나라의 元結(원결)은 ‘治風(치풍)’ 시에서 “다스림을 어떻게 하는가, 곧 文德을 닦아야 한다. 淸淨純一(청정순일)하기까지 하다면, 어느 누구든 순응하고 본받으리(理何爲兮 系修文德 加之淸一 莫不順則)”라고 하였다. 고려시대 때 학문을 강론하는 전각에 文德이나 修文이라는 명칭을 붙인 것은 문화적 자신감을 표방한 것이어서 그 이름이 당당하고 또 향기롭다. 최근 우리나라는 경제나 사회문화의 여러 면에서 정말로 크게 성장했다. 이제 文德을 더욱 닦고 淸一의 수준을 이루어 국제질서 속의 중심 국가로 거듭나야 할 때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