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m 국제경기는 사실상 오늘이 데뷔전이라…."
24일 새벽 4시경 서울 중구 예장동 이승훈(22)의 큰아버지 집. 가족들과 함께 이승훈의 경기를 기다리던 아버지 이수용 씨(52)는 덤덤했다. 이승훈이 스피드스케이팅 1만 m 국제대회에 출전한 것은 지난달 10일 일본 홋카이도 오비히로에서 열린 세계 올라운드선수권대회 아시아지역예선이 처음이었기 때문. 이 씨와 부인 윤기수 씨(48)는 "유럽 선수들과 1만 m를 경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승훈이 올림픽신기록으로 결승점에 들어왔을 때도 이 씨 부부는 "남은 조 선수들을 더 두고 봐야한다"며 크게 기뻐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승훈보다 4초 앞섰던 스벤 크라머(24·네덜란드)가 실격 처리되자 가족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 씨 부부는 "올림픽 금메달은 정말 하늘이 주는 것"이라며 환호성을 질렀다. 누나 이연재 씨(24)도 "밴쿠버에 가기 전 승훈이가 '1만 m가 더 자신 있다'고 말했는데 진짜 우승할 지는 몰랐다. 동생이 너무 의젓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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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유망주로 각광받던 이승훈은 지난해 4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뒤 위기를 겪었다. 방황하던 이승훈은 갑자기 "스피드스케이팅을 하겠다"고 선언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주위의 만류에도 지난해 7월부터 다시 몸을 만들어 10월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에 선발됐고, 불과 넉달 만에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이 씨 부부는 "늘 '할 수 있다'고 말하던 승훈이가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 셈"이라며 감격해 했다.
유성열기자 ryu@donga.com
▲ 다시보기 = 빙속 이승훈, 1만m 금메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