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직원 멱살을 잡았는지 아닌지는 확실치 않아도, 다우닝 가 10번지(총리 공관)에 '두려움의 문화(the culture of fear)'가 만연한 건 확실하다."
최근 브라운 총리가 부하직원들에게 막말과 폭행을 일삼는다는 논란이 거센 가운데, 영국 더타임스는 총리실 직원들이 강압적이고 경직된 분위기에 짓눌려 숨 막혀 하는 게 사실이라고 23일 전했다. 더타임스는 최근 총리실에서 대외비로 진행한 내부 설문조사 문건을 입수해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1270명이 근무하는 총리 공관 직원 가운데 1/3 이상이 이직을 고려 중이라고 한다. 브라운 총리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어도 총리실 내부에 부하직원에 대한 괴롭힘이 어느 정도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직원 가운데 7%가 "총리 공관에서 학대나 희롱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것. 정부 내 강압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zero-tolerence·사소한 위반도 엄격하게 처벌한다는 원칙)'을 천명해온 브라운 총리 입장에선 낯 뜨거운 수치다. 총리실 대변인은 "공무원 전체 평균에 비하면 매우 낮은 것"이라 해명했다.
이러다보니 직원들 중 6%는 "가능한 빨리(as soon as possible)" 관두고 싶어 했다. 응답자의 과반수는 설문에 대해 의견을 밝히는 것 자체에 부담을 느낄 정도라고 답해 총리실 분위기가 억압적임을 간접적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가 핵심부처인 총리실 근무를 개인적 긍지로 받아들이던 전통에 비춰볼 때 충격적인 결과다.
한편 이번 논란은 영국 정치평론가인 앤드류 런슬리 씨는 21일 출간한 책 '파티의 끝(The end of the party)'에서 "브라운 총리는 직원들의 멱살을 잡거나 욕을 퍼붓는 등 자주 부하들을 학대해왔다"고 주장한데서 비롯됐다.
※앤드류 런슬리=Andrew Rawnsley
정양환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