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미국 동북부에서 싹을 틔운 뒤 번성했다. 뉴욕 양키스, 보스턴, 클리블랜드, 필라델피아, 디트로이트 등 1900년을 전후해 생긴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동북부에 몰려 있다. 그들은 추운 겨울이 지나기를 기다리는 대신 2월이 되면 따뜻한 남쪽을 찾아 컨디션을 조절했다. 스프링캠프의 시초다. 요즘 메이저리그 팀들은 동남부 플로리다 주(그레이프프루트리그)와 서남부 애리조나 주(캑터스리그)로 나뉘어 시범 경기를 하며 개막을 준비한다.
국내 구단이 대거 해외로 전지훈련을 가기 시작한 것은 1989년 4월 해외여행 전면 자유화 조치가 시행되면서부터다. 그해 1월 신임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태평양 선수들이 눈 덮인 오대산에서 알몸으로 얼음 계곡에 들어가는 장면은 ‘한국형 전지훈련’의 전형으로 팬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하지만 따져보면 이전에도 해외 전지훈련은 있었다. 1984년 롯데의 한국시리즈 우승 배경에는 괌 전지훈련이 있었고, 1985년 삼성의 통합 우승 원동력은 플로리다 전지훈련이었다.
올해도 8개 구단 모두 해외에 스프링캠프를 차렸다. 국내 야구장은 텅 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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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든 야구장이 텅 빈 건 아니다. 전국 각지의 2군 구장에는 삭풍 속에서 땀을 흘리는 선수들이 있다. 대부분의 구단은 이들에게 며칠 휴가도 준다. 2군 선수이기 때문에 가족과 함께 설을 보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간절하게 원하는 건 고향보다 해외 캠프가 아닐까. 부모님께 세배도 못 하고 자식에게 절도 못 받지만, 설에 해외 전지훈련 캠프에 있는 선수들은 행복한 거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