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완료되는 한미 원자력협정의 개정 절차가 시작되면서 ‘파이로프로세싱’이라는 신기술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새 원자력협정에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을 담을지 말지가 쟁점이다. 이를 놓고 한미 간에는 미묘한 ‘과학적’ 신경전도 벌어지고 있다. 파이로프로세싱을 둘러싼 궁금증을 풀어봤다.》
처리과정서 플루토늄 나와 美선 핵무기 전용 우려
모의 연구시설 2011년 준공 목표
○ 파이로프로세싱은 왜 등장했나?
원자력발전소는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핵연료(우라늄)를 사용한다. 핵연료는 원자로에서 3년쯤 태우면 수명이 다한다. 그 뒤에는 ‘쓰레기’가 되기 때문에 버려야 한다. 이 쓰레기를 ‘사용 후 핵연료’라고 부른다. 그런데 사용 후 핵연료를 아무 데나 버릴 수 없다. 타지 않은 우라늄을 비롯해 플루토늄 넵투늄 아메리슘 퀴륨 같은 방사능 물질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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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로프로세싱은 어떤 기술인가?
파이로프로세싱의 핵심은 마치 종이나 캔, 유리를 재활용하듯 사용 후 핵연료를 재활용하는 것이다. 사용 후 핵연료에는 우라늄(93%)이 가장 많고 플루토늄(1.2%)을 비롯해 넵투늄 아메리슘 퀴륨(이상 0.2%) 등 30여 종의 원소가 들어 있다. 이들은 일종의 고체 상태다. 이들을 금속으로 바꾼 뒤 500도 이상의 고온에서 끈적끈적한 용융염에 넣고 전기를 흘려주면 금속이 전극에 붙어 나온다. 즉 우라늄과 플루토늄 넵투늄 아메리슘 퀴륨 등 방사능 물질을 다시 추출해 핵연료로 재활용한다는 것이 파이로프로세싱의 핵심이다. 가정에서 나온 쓰레기에서 종이 페트병 캔 등을 분리해 재활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 정말 핵폭탄을 만드는 데 쓰이지 않을까?
좋은 기술인 것 같은데 미국은 왜 이 기술에 흔쾌히 동의하지 않는 걸까. 사용 후 핵연료에 들어 있는 플루토늄과 관계가 있다. 미국은 파이로프로세싱을 하는 과정에서 플루토늄을 따로 추출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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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용 후 핵연료를 처리하는 다른 방법은 없나?
파이로프로세싱 대신 지하 500∼1000m 깊이에 처분장을 만들어 사용 후 핵연료를 묻을 수도 있다. 실제로 핀란드는 수도 헬싱키의 서북쪽에 있는 올킬루오토 섬에 2012년을 목표로 세계 최대 규모의 원전을 지으면서 사용 후 핵연료 처분장도 함께 건설하기로 했다. 스웨덴도 작년 6월 지하 처분장이 들어설 지역을 확정했다. 하지만 지하 처분장은 일시적인 방편일 뿐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다. 지하 처분장도 언젠가는 포화되기 때문이다. 핀란드와 스웨덴의 지하 처분장은 1만 t 규모이며, 미국이 추진했던 유카 산 처분장은 6만3000t 규모다. 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2100년경 우리나라가 배출할 사용 후 핵연료는 10만 t에 이른다.
늘어나는 사용 후 핵연료의 양을 줄이기 위해 재처리 기술을 사용할 수도 있다. 재처리는 사용 후 핵연료를 질산에 녹여 액체 상태로 만든 뒤 유기용매를 이용해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을 추출한다. 사용 후 핵연료를 다시 핵연료로 사용한다는 점에서는 파이로프로세싱과 같지만 재처리 과정에서는 핵폭탄의 원료가 되는 순수 플루토늄을 분리해낼 수 있다. 이 때문에 이 방법은 공식적으로는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일본에만 허용돼 있다.
사용 후 핵연료는 우라늄을 비롯해 플루토늄 넵투늄 아메리슘 퀴륨 등 30여 종의 원소로 구성된다. 이들 원소를 금속으로 바꾼 뒤 500도 이상 고온의 용융염에 넣고 전기를 걸어주면 금속이 녹아 전극에 붙는다. 이를 회수하면 원하는 원소를 얻을 수 있다. 우라늄이 가장 먼저 녹아 나오고, 플루토늄 등이 한데 섞인 초우라늄원소가 뒤이어 추출된다. 자료 한국원자력연구원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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