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혼다 리콜사태 제조업 품질신화 금가 “관리시스템 부재” 자성론
1970년대 이후 일본을 세계 최고의 나라로 올려놓은 것은 제조업이었다. 그 뿌리에는 혼신의 힘을 쏟아 최고의 물건을 만든다는 ‘모노즈쿠리(ものづくり)’의 전통이 깔려 있다. 이 같은 철저한 장인정신은 ‘일본이 만들면 다르다’는 자부심으로 이어졌다. 1990년대 초부터 2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경기침체 속에서도 일본을 지탱해온 것은 ‘세계 제조업을 떠받치는 기술과 우수한 품질’이었다.
그러나 최근 일본 제조업을 대표하는 도요타의 대량 리콜(자율 회수 및 수리) 사태로 일본 열도가 이 같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1일 “일본의 자랑이었던 품질과 안전에서 문제가 드러나면서 일본의 품질신화가 기로에 섰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최근 보도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도요타와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 제조업을 있게 한 ‘장인정신’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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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와 혼다의 잇따른 대규모 리콜로 미국 등 세계 각국에서는 일본 자동차에 대한 불신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리콜 피해가 가장 큰 미국 내에서는 “미국 JD파워 등 각종 조사에서 일본 자동차의 품질이 10년 전보다 뒤지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미 하원도 2월에 도요타를 대상으로 청문회를 열어 사태의 원인 등을 집중 추궁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일본을 비롯한 세계의 주요 언론들은 도요타의 대량 리콜사태의 원인을 무리한 몸집 부풀리기에 따른 부실한 품질관리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단기간에 몸집은 커졌지만 이에 맞는 관리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