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성.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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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 것이 없던 시절이었다. 누상에 나가기만 하면 다음 루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저랑 한 번 뛰어보실래요?” 좀 뛴다는 선배들만 보면 꼭 누가 더 빠른지를 가려야만 직성이 풀렸다. 그렇게 달리기만큼은 통산도루 1위 전준호(41·SK 주루코치)도, 염경엽(42·LG 수비코치)도, 김인호(43·LG 2군코치)도 제쳤다. 프로무대에 첫 발을 디딘 13년 전이나 지금이나 앳된 얼굴. 프로펠러를 단 다리 역시 아직은 청춘이다. 하지만 야구선수로서는 항상 부족했던 시절. 이제 수성(守成)을 얘기해야 할 나이지만 그래서 정수성(32·히어로즈·사진)은 도전을 말한다.
13년간 제자리를 못 찾고도 유니폼을 입고 있다는 것 자체가 드문 일. 확실한 경쟁력이 있다는 뜻도 되지만 “가늘게 길게 야구 한다”는 비아냥거림도 들었다. 마침내 선발 오더에 이름을 올릴 기회가 왔다. 이택근(30·LG)이 남기고 간 외야 한 자리. 상무에서 복귀하는 유한준(29), 강병식(33) 등과의 치열한 경쟁이 시작된다.
프로생활 동안 얻은 교훈은 단 하나. ‘경기에 나서야 방망이 실력도 는다’는 것이다. 118경기를 안정적으로 뛴 2005년에는 타율 0.273에 29도루로 제 몫을 했다. 멀티히트에 도루까지 기록해도 다음날 선발 오더에서 제외되면 속이 상했지만 그만큼 믿음을 주지 못했다는 방증. 27일 시작하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눈도장을 찍기 위해 2009시즌 종료 후 지금까지 제대로 쉬지도 않고 방망이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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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첫 돌을 맞은 아들 현석과 “가족에 대한 부담은 내려놓으라”고 말해주는 고마운 아내. 책임감은 더 커진다. ‘누군가의 동생’, ‘누군가의 대수비’, ‘누군가의 대주자’라는 자기 가슴 속 꼬리표부터 떼어놓고, 정수성은 한층 가벼운 마음으로 원당의 찬 공기를 가른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