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상일기2
아플 땐 아프다고
신음도 하고
흘리는 게 좋다고
벗들이 나에게 말해주지만
진정 소리 내는 것이
좋은 것인가
나는 나의 아픔과 슬픔에게
넌지시 물어보았지
그들은 내게 딱 부러지게
대답은 안 했지만
침묵을 좋아하는 눈빛이기에
나는 그냥
가만히 있기로 했지
끝내 참기로 했지》
이해인 수녀(사진)의 신작 시집 ‘희망은 깨어 있네’는 희망에 관한 시집이다. 시인은 암투병 생활을 한 지 2년여 만에 병상에서도 틈틈이 집필했던 100편을 모아 시집을 펴냈다. 물 한 모금 마시기 힘들 만큼 고통스러운 항암, 방사선 치료가 30여 차례 이어졌지만 그는 “고통의 학교에서 새롭게 수련을 받은 학생”이라고 자처한다. 육체적 고통, 심리적 동요를 극복하고 세상과 사물, 인간을 좀 더 넓고 여유 있게 대하는 법을 배웠다고. 그래서 시인이 말하는 희망이란 먼 미래에 있지도, 동떨어진 곳에 있지도 않다. 길을 걷고, 이야기를 나누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기도하는 것. 바로 이곳, 현재에 있다.
“사람들이 무심코 주고받는/길 위에서의 이야기들/맛있다고 감탄하며/나누어 먹는 음식들/그들에겐 당연한데/나에겐 딴 세상 일 같네//누구누구를 만나고/어디어디를 가고/무엇무엇을 해야지/열심히 계획표를 짜는 모습도/낯설기만 하네…아프고 나서/문득 낯설어진 세상에/새롭게 발을 들여놓고/마음을 넓히는 일이/사랑의 임무임을/다시 배우네”(병상일기3)
시인은 “몸이 아프고 보니 주변의 아픈 사람들에게 더 마음이 쓰인다. 몸이 아프지 않으면 마음이 아프니 세상에 아픈 사람이 너무 많다”고 말한다. 수필가 장영희 씨, 화가 김점선 씨, 김수환 추기경 등 먼저 떠난 지인들에 대한 그리움이 담긴 시편들도 눈에 띈다.
“나는/늘 작아서/힘이 없는데/믿음이 부족해서/두려운데/그래도 괜찮다고/당신은 내게 말하는군요//살아 있는 것 자체가 희망이고/옆에 있는 사람들이/다 희망이라고/내가 다시 말해주는/나의 작은 희망인 당신/고맙습니다//그래서/오늘도/나는 숨을 쉽니다/힘든 일 있어도/노래를 부릅니다/자면서도/깨어 있습니다.”(‘희망은 깨어 있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