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프랑스에선 2002년 5월 선거를 앞두고 리오넬 조스팽 총리와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명되고 있었다. 하지만 웨일은 클린턴에게 보내는 서한 형식의 이 글에서 “많은 프랑스 시민들은 유망한 외부인(promising outsider)을 원한다”고 밝히고 “클린턴 대통령이 파리에 오는 것을 환영한다”는 말로 마무리를 했다.
프랑스는 미국보다 민주주의 역사가 오랜 정치 선진국임에도 클린턴의 리더십과 업적이 그에게 자국 대통령으로 출마해 달라고 권유하고 싶을 만큼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그럴 만도 했다. 클린턴이 취임하기 전 미국은 경기 침체로 실업자가 1000만 명이나 됐고,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는 공화당 행정부 12년 동안 4배나 느는 등 몹시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클린턴은 8년간의 재임 기간에 일자리 2200만 개 창출, 사상 최장기 호황, 30년 만의 최저실업률 기록 등 많은 업적을 남겼다. 그가 르윈스키 스캔들로 국민들을 실망시킨 것을 제외하면 미국은 그 시절 대체로 번영하고 평화로운 태평성대를 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고 로드중
동아일보 1일자에 실린 신년 여론조사를 보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정치적 위상을 묻는 질문에 ‘높다’는 답변은 11%에 불과했다. 과학기술(62.3%) 스포츠(59.0%) 경제(36.0%) 군사력(35.1%) 예술문화(31.5%)와 비교하면 한숨이 나올 수준이다.
정치인들은 대한민국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는 집단이다. 국제 기준으론 도무지 ‘국민의 대표’답지 않은데도 버젓이 금배지를 달고 행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보답은커녕 나라 망신시키는 일만 골라 한다면 국민이 심판할 수밖에 없다. 난장판 저질 국회의 주역들이 누구인지 똑똑히 기억해뒀다가 6월 지방선거와 2년 뒤 총선, 대선에서 그들의 소속 정당과 당사자들을 응징해야 한다. 국민이 무서워야 정치가 바뀐다.
한기흥 정치부장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