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요.”
지난해 12월 30일 정운찬 국무총리가 “새해에는 내가 만든 어젠다를 추진하겠다”며 첫 번째 어젠다로 ‘사교육비 경감, 공교육 개혁’을 꼽았지만 일선 교사와 학부모들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이젠 총리까지 나서서 공교육 개혁의 칼을 뽑았는데도 “기대해 보겠다”는 말보다는 “달라질 것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얘기가 더 많았다.
정 총리가 ‘공교육 개혁을 통한 사교육 부담 경감’이라는 방향을 제시했지만 교육과학기술부가 지금 추진하는 정책과 다를 게 없다. 게다가 교사나 학부모나 지난해 내내 똑같은 얘기를 듣고 교육 현장을 지켜봤기 때문에 총리의 말에도 무감각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정 총리가 공교육의 총체적 부실과 사교육 확대 현상에 대해 ‘심도 있는’ 원인과 대책을 제시한 것도 아니다. 현장의 싸늘한 반응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교육 개혁 3인방은 지난해 학원 심야교습 제한, 외국어고 폐지론을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식으로 들고 나와 교육 현장을 혼란에 빠뜨렸다는 비난이 많았다. 이런 중구난방식 개혁 추진 방식의 부작용은 엉뚱한 ‘학습 효과’를 낳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정 총리가 ‘공교육 경쟁력 강화 및 사교육비 경감 민관협의회’를 주재할 당시 교과부 공무원들은 정작 총리실과 업무를 조율하는 문제보다는 총리실이 운영하는 민관협의회의 성격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는 후문이다. 민관협의회가 3인방처럼 활동하면 또 다른 혼선이 올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정 총리는 세종시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 대통령의 말과 본인의 의견을 분명히 가리지 않아 오해를 받기도 했다. 교육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총리의 역할이 분명하지 않으면 혼선은 또 일어날 수 있다. 정 총리가 3인방과 같은 우(愚)를 범하지 않고 공교육 부실의 난맥을 풀어나가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정위용 교육복지부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