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이 내년 6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함께 치르는 16개 시도교육감 선거에 개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주말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할 것은 한다”고 했지만 그가 언급한 ‘선거 참여 홍보와 각 후보의 교육 공약 수용여부 공개’는 실정법의 한계를 넘어서는 행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04년에 당시 전교조 원영만 위원장이 전교조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민주노동당 지지를 밝힌 데 대해 선거법 9조(선거에서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위반했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올해 4월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전교조와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등 좌파진영의 단일후보로 당선됐다. 정 위원장은 이에 고무된 것 같다. 경기도교육감 선거 당시 민주노총 소속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의 노조원 3명은 “이명박 정권의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후보는 김상곤 후보”라며 조직적인 선거운동을 벌여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런데도 정 위원장이 내년엔 16개 시도교육감 선거에 개입하겠다니 법을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다.
내년 선거에서 전교조의 지지를 받는 교육감이 여럿 나와 전국에서 전교조식 교육실험이 판을 친다면 교육현장은 어떻게 될 것인가. 김 교육감은 취임 두 달 만에 전교조의 요구에 따라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연장했고, 시국선언에 나선 전교조 교사들의 징계를 유보했다. 최근 내놓은 ‘경기도학생인권조례안’ 초안엔 ‘자신의 사상·양심에 반하는 내용의 반성문 서약서 등 진술을 강요당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들어있다. 김 교육감은 교사로서의 권리를 보장하는 교권보호헌장 제정도 지시해놓고 있다. 만일 교권헌장에 ‘자신의 사상·양심에 반하는 내용의 교육을 강요당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들어갈 경우 경기도에서 전교조 교사들이 어떤 이념을 가르칠지 걱정스럽다.
전교조의 선거 개입은 국가공무원법과 전교조법을 모두 위배하는 행위다.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들이라면 제발 법의 테두리 안에서 활동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