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인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홍명보자선축구에 대한 축구인들의 반응은 예년과 달랐다. 축구를 통한 자선행사란 새 지평을 열며 매년 행사를 이어온 것은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축구는 축구다워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유는 이랬다. K리그 최우수선수 이동국(전북)을 비롯해 이운재(수원) 이근호(이와타) 구자철(제주) 등 국내 최고의 스타가 다 모였는데 정작 ‘축구’는 볼 수 없었다. 체감온도 영하의 날씨라 선수들이 100% 최선을 다하기 힘든 점을 감안해도 일부 연예인이 경기에 참여하면서 이벤트성 ‘쇼’로 전락했다. 선수들이 연예인에게 골을 만들어주려다 보니 제대로 된 플레이를 할 수 없었다.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따뜻한 날씨에 더 많은 팬을 모아 멋진 경기를 보여주고 싶지만 K리그 일정 등 여러 여건 때문에 힘들다”고 설명했다. 매년 시즌이 끝난 뒤 크리스마스를 택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선진국에선 세계적인 스타의 이름을 내건 자선경기가 자주 열린다. 2003년 첫 선을 보인 홍명보자선축구도 한국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다. 세계적인 ‘리베로’로 이름을 떨친 홍 감독이 소아암 환자와 소년소녀가장 등 불우한 청소년을 돕는 데 소매를 걷어붙이자 많은 사람이 동참했다. 올해 열린 대회에도 1만3785명이 기부금을 내고 참여했다. 홍 감독은 스폰서와 중계권 등으로 모은 돈으로 올해만 2억여 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에 기부했다.
홍명보자선축구도 이제 변화가 필요한 때다. 쇼가 아닌 축구로 다가서야 팬을 더 많이 움직일 수 있다. 지금까지 홍 감독 혼자 고민했다면 이제 축구계 전체가 고민을 해야 할 차례다. 다 함께 명품 자선축구를 만들어보자.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