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제공 물증 없어도 진술 일관돼 16명 유죄유일한 무죄 선고 사건도 사실관계는 모두 인정대질신문 - 재판때 오리발 내밀던 피고인들 당혹
박연차 게이트는 박 전 회장의 진술이 가장 유력한 증거였고, 기소된 이들 대부분이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하고 나서 상당수가 무죄를 선고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법원은 박 전 회장의 뛰어난 기억력을 바탕으로 한 일관성 있는 진술을 대부분 사실로 인정했다.
의원직 사퇴서를 낸 상태인 민주당 이광재 의원은 처음에는 5만 달러를 받은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음식점에서 박 전 회장과 단둘이 만난 일 자체가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박 전 회장은 신용카드로 식대를 결제하면서 VIP 대우를 받는 국회의원과 동석해 10% 할인까지 받았다며 반박했다. 김종로 전 부산고검 검사가 골프장에서 500만 원을 받은 사실을 부인했을 때도 박 전 회장은 “김 검사가 골프장 안의 사우나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을 때 내 라커 앞으로 데리고 가 돈을 줬다”는 식으로 마치 그림을 그리듯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진술해 김 검사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1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집행유예가 선고된 민주당 서갑원 의원의 재판 때도 박 전 회장은 돈을 준 날 골프장에서 오간 대화와 서 의원의 차에 돈을 실어준 정황을 바로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진술했다.
박 전 회장의 진술 가운데 법원이 사실관계 자체를 인정하지 않은 부분은 미국 뉴욕의 한 식당 주인을 통해 이광재, 서갑원 의원에게 달러화를 건넸다는 부분으로 박 전 회장이 돈을 준 현장에 직접 없었던 경우뿐이다.
박연차 게이트 사건 관련자 17명에게 검찰이 구형한 형량은 모두 징역 48년에 벌금 2000만 원(추징금은 제외). 이에 대한 법원의 선고형량은 징역 31년 6개월에 벌금 1000만 원으로 구형량의 60% 선에 이른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