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이 5월 전국 30개 외고 학생 288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입학 전 특목고 대비 학원을 다닌 학생이 84.4%, 서울권 외고 학생들은 94.6%였다. 해외체류 경험은 사교육으로 봐야 할 것인가, 공교육으로 봐야 할 것인가. 외고에 들어가는 거의 모든 학생이 사교육을 받는 상황에서 입학서류에 사교육 유무를 적으라는 것은 학생에게 상처를 줄 뿐 아니라 세계의 조롱거리가 됨 직하다.
▷외고는 지금까지 정규 교과과정에서 배울 수 없는 입시문제를 냈기 때문에 학원을 안 다니고 외고에 가는 학생이 있다면 천재이거나 거짓말쟁이일 개연성이 크다. 그런 상황에서 특목고 학원을 다닌 사실을 솔직히 기재하자니 전형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 같고, 거짓말을 하자니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학생들이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은 비교육적이다. 학생이 거짓 기재를 했더라도 입학사정관이 진실을 가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한국사회에서 사교육이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놀러 다니는 것은 괜찮고, 공부하러 학원에 간 학생은 죄인 취급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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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