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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스토어로 팔자 고친다고?"

입력 | 2009-12-20 13:27:07


"애플 앱스토어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닙니다."

올해 초 앱스토어에 음악추천 프로그램 '뮤직오로라'를 등록해 큰 히트를 친 KTH 이광훈 과장(39). 그러나 정작 그는 최근 아이폰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대두되고 있는 '앱 스토어 만능론'을 경계했다.

이 과장이 개발한 '뮤직 오로라'는 아이폰이나 아이팟 터치에 저장돼 있는 MP3 파일 중 사용자의 취향을 분석해 추천해 주는 프로그램. 가령 '카라'의 '미스터'를 들으면서 '필링크'라는 버튼을 누르면 아이폰에 저장된 노래 중 이 곡과 비슷한 시대배경에 멜로디, 키 등이 비슷한 곡을 자동으로 찾아준다.

과거에는 MP3 용량이 적어 수십 곡 밖에 저장하지 못했지만 최근에는 아이폰 등에 수 백~수 천곡을 넣고 다니는 사용자들이 많다. 하지만 정작 사용자들이 자신의 휴대전화에 어떤 곡이 저장돼 있는지 잘 모른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 프로그램은 올해 1월 앱스토어에 등록된 지 일주일 만에 1만여 건이, 2달 뒤까지는 약 4만 건이 다운로드 됐다.

9월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 진흥원이 주관하는 '모바일콘텐츠 2009 어워드'에서 모바일 서비스 부문 대상을 받기도 했다.

 음악추천 프로그램 \'뮤직오로라\'

업계에서 이름이 알려지면서 앱스토어를 바라보고 프로그램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각 업체에 불려 다니며 강의를 하는 것도 그의 업무 중 하나가 됐다.

앱스토어는 모바일용 소프트웨어판 '인터넷 장터'. '옥션'이나 'G마켓'처럼 누구나 자신이 개발한 프로그램을 내다 팔 수 있는 곳으로 "똘똘한 프로그램 하나 만들어 올리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이곳에 내다 팔 프로그램 개발에 목을 매는 개인과 업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 과장은 "앱스토어에서 아무리 히트를 쳐도 수명은 길어야 2, 3개월"이라고 잘라 말한다.

"워낙에 많은 개발자들이 프로그램을 올리고, 소비자들의 취향도 시시각각으로 변하기 때문에 앱스토어에서 '스테디셀러'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그 대신 "자신이 개발한 프로그램의 시장 반응을 테스트 해 볼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가 개발한 '뮤직 오로라'도 앱스토어에서 선보인 이후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업체, 금융권, 온라인 장터 등에서 관심을 보여 현재 다양한 계약이 진행 중이다.

한 대기업 휴대전화 제조업체는 '뮤직 오로라'를 앞으로 개발할 제품에 장착할 예정이며, 이 밖에 IPTV, 온라인장터, 금융기관 등도 '뮤직 오로라'의 추천 알고리즘과 실행화면 등을 자사의 서비스에 접목하기를 원하고 있다.

앱스토어를 통해 시장의 평가를 받은 게 엄청난 금액의 계약을 이끌어내는 데 디딤돌 역할을 한 것이다.

그는 "앱스토어가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이 있는 개인이나 직장인의 부수입원이 될 수는 있지만, 앱스토어에서 매출을 일으켜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로또를 사서 직원들 월급을 주겠다는 것과 같은 발상"이라고 말했다.

이 과장은 1998년 2월 대학을 졸업한 뒤 음반 기획사에서 일해 왔다.

팬들이 자신들의 취향에 따라 음악을 골라듣기 보다는 대형 기획사들이 내놓는 히트곡에 이끌려 가는 분위기가 안타까워 개인의 취향을 분석해주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준비를 하던 중 아이폰 서비스를 제공하는 KT의 자회사인 KTH 음악사업팀에서 입사제의를 받았다.

2007년 KTH에 합류한 그는 1년 반 동안 '뮤직 오로라' 개발에 매달려 올해 1월 결실을 맺었다.

이 과장은 "뮤직 오로라 구상은 7, 8년 전부터 시작했는데 이제 와 빛을 보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